2018년 12월 22일 토요일

The Epidemic


'위이이이잉- '

기계돌아가는 소리만 조용히 울리는 연구실 안.
선임연구원인 베텔 페데르센은 초조한 마음으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TG-독감이 전미를 휩쓸고 지나간지 일년 여. 역사상 그 어떤 감염성 질병보다도 빠른 전파 속도를 보였던 바이러스 였지만, 연방 정부의 재난선포 이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돌연 사그라들었고, 몇 달 전엔 더 이상의 감염이나 발병자가 없다고 공식발표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연구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베텔도 그 중 하나였다.

회사에서는 슬슬 지원을 줄이고 다른 연구를 시작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순전히 그의 고집으로 끌고 온 연구였다. 기계가 내는 반복적인 소음에 취해 잠시 딴 생각에 빠져든 베텔의 머릿속에 문득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TG 독감에 걸려 남자로 변하기 전, 사랑스러웠던 아내의 웃는 얼굴.

독감에 걸려 남자로 변한 뒤 아내는 영 다른 사람이 됐다.  기억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낯선 남자라는 느낌을 당췌 지울수 없었다. 또 점차 외모 뿐 아니라
성격도 생긴것 만큼이나 남자같이 변해 갔는데, 종래는 아내와 남편으로 부르기는 커녕
집에 함께 있는 것 조차 껄끄러울 지경이 되었다.

그리고 몇 달전, 한때 아내였던 그 남자는 마침내 자신은 이제 남자로 살 것이며 여자로 변한 옆집의 타라와 만나고 있노라고 폭탄 선언까지 하고는 함께 고향으로 떠나버렸다. 베텔에게  남겨진건 진단서가 첨부된 이혼 서류 뿐, 아마 그 때문에 회사의 눈치를 보면서까지 치료제 개발에 매달렸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삐이~!'

분석 완료를 알리는 신호음이 상념에 빠져있던 그를 깨웠다. 베텔을 의자를 책상 쪽으로
바짝 당겨 앉고는 모니터에 시선을 맞췄다.

'변형 감지 되지 않음.'

베텔의 눈이 한껏 커졌다.
성공이었다. 마침내 TG 독감 바이러스의 세포변형 기전을 막는 물질을 추출해 낸 것이었다.
비록 이미 변형된 세포를 되돌리는 방법을 찾진 못했지만, 실로 1년만에 거둔 첫 성과였다.

베텔은 심장이 두근거려오는 것을 느꼈다.
눈시울이 뜨듯해지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 만 같았다.

이걸로 아내를 다시 되찾아 올 순 없겠지만, 모니터에 뜬 한 줄의 메시지가
그래도 그의 1년이 살만한 가치가 있었노라고 다독여주고 있었다.


"...대체, 왜 안 된다는 겁니까?!"

"말했잖나? 지금은 X-Change 신약 개발에 회사의 모든 역량이 쏠려있다고. 그리고 임상실험? 이제 겨우 TG 독감에 대한 공포가 잊혀져 가고 있는데, 다시 임상실험이다 뭐다 이야기가 나오면 언론에서 가만히 있겠나?"

"하지만, 이번 건이 신약으로 개발되면 회사측에서도 크게"

"그 자네가 찾아냈다는 그거 예방효과 밖에 없는거라며?  며칠만 지나도 변종이 생기는게 바이러슨데 다음에도 또 똑같은 타입의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보장이라도 있나? 아니 애초에 다시 발병 안 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너무 위험부담이 커. 아무튼 임상실험 같은 건 추진할 수 없으니까 지금까지 한 것만 보고서로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게.."

"하지만, 임상을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자네 연구 자율적으로 맡긴 것도 회사에선 사정 많이 봐준 줄이나 알아."

"..."

더 이상 말해봐야 알아 들어먹질 못 할 놈이었다. 베텔은 부들부들 떨려오는 주먹을
가운 주머니 속에 쑤셔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자리로 돌아온 베텔은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의 깜박거리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 보았다.

'뭐? 이미 사그라든 바이러스가 언제 또 퍼지겠냐고?
 이리저리 줄이나 갈아탈 줄 아는 협잡꾼 자식이!!'

벌겋게 핏발이 선 베텔의 눈에 분석기 옆에 놓여진 배양접시와 주사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너희가 애걸복걸하며 내 바짓가랑일 붙잡게 만들어 주마.'

마치 그 녀석 얼굴이라도 쳐다보고 있는 듯 배양접시를 내려다보는 베텔의 눈에
섬뜩한 안광이 번뜩이며 스쳐지나갔다.


보름 후,
사멸된 줄 알았던 TG 독감 바이러스가 동부 메릴랜드 주에서 발현하여 다시금 전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바이러스는 지난 번과는 달리 신체접촉이나 체액교환 등을
통해서만 전염되고 있어 감염속도가 다소 느렸다. 덕분에 시민들이 느끼는 혼란은 조금
덜 했으나 역시 아직까지 정부에서는 완벽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첫 발병자 확인 즉시 빠른 역학조사를 통해 진원지는 밝혀낼 수 있었는데,
그들이 쫓고 있는 사람은 바로 최초 발병자 발생 3일 전 모 제약회사의 연구소에서 홀연히
종적을 감춘 선임연구원 베텔이었다.

인근 모든 주의 경찰인력과 정보기관까지 나서 이 생화학 테러를 일으킨 장본인을 쫓고
있었으나 2주 가까이 잡기는 커녕 제대로 본 목격자 하나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나타난 TG 독감 바이러스의 첫 감염자는 사실 지금 여자로 변한 채
모 병원의 격리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환자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TG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해 숙주가 된 베텔 본인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베텔은 여전히 '실험' 중이었다.


"34번째.. 흐윽..  피험자 ... 2명..  흐그윽~ 크기 양쪽 모두 우수, 스태미너 우수... 흐으윽~
구강과 질의 점막 접촉을 통한 전이 시... 작.. 하아으으윽~~!!!!"

"중얼중얼 뭐래는거야 이 흰둥이 년이.. 썅년아, 얼른 빨기나 해!!"

짧은 숏컷의 금발미녀로 변한 베텔 아니 베키. 앞에 선 사내의 재촉에 눈이 풀린 얼굴로 야릇한 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두 손으로 잡아도 넘치는 커다란 물건을 입으로 가져갔다.

'하아아아~ 아쉬운 일이야. 이렇게 훌륭한 자지가 내일이면 보지로 변하게 된다니..'

베키는 차 아이스박스에 있는 항체주사를 떠올렸다. 연구소에서 떠나기 전 겨우 몰래
한 사람에게 쓸 분량만큼 추출해서 가지고 나온 세포변이방지 약이었다. 애초엔 비밀리에 회사와 연락해 왕창 돈이라도 뜯어낼 심산이었지만, 매일같이 '전염'을 핑계로 남자 맛에 빠져 살다보니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진 그였다. 그저 해도해도 질리지 않는 이 열락의 파티를 극상의 여자가 된 자신의 몸으로 평생토록 즐기고 싶을 뿐이었다.

능숙하게 사내의 좆뿌리부터 혀를 감아올리며 잠시 항체주사의 용처에 대해 고민하던 베키는 결국 그만두기로 했다. 확실히 자신의 앞 뒤 구멍을 꽉꽉 쑤셔주고 있는 물건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아직 단 하나 있는 항체주사를 쓸 만큼 '최고의 물건'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TG독감은 이제 겨우 중부지역까지 번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세상은 넓고,
그녀가 '검사' 해봐야 할 자지도 아직 수 없이 남아 있었다.

댓글 4개:

  1. 저라면 회사 높으신 분들부터 감염시킬거 같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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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것도 방법이겠네요. ㅎㅎ 그런데 어쩌면 오히려 좋아할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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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렇게 실험을 계속하다가는 자칭 최고의 물건은 주인공이 머뭇거리는 사이 사라지게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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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노래가 생각나네요. 있을때 잘해~ 후회하지말고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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