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7일 금요일

Homecoming Prank


"너희들 케니한테 연락 받았어?"

"응, 어제 공군기지 도착했고, 이틀 뒤에 나온다더라."

"야, 이게 얼마만이야 진짜. 걔 진짜 군인된다 그랬을 때 아무도 안 믿었잖아. 
 제일 비실거리던 놈이.. 그런데 파병까지 갔다오고.."

"그러게 말이다. 진짜 군대가 사람을 달라지게 하는가봐.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야."

"아무튼 오랜만에 뭉치게 됐는데 깜짝 파티 한 번 해줘야 되는거 아니냐?"

"물론 해야지. 뭐 좋은 아이디어 없어? "

"흠.. 글쎄 시내에서 술이나 마시다 여자 소개시켜줄까? 거기서 1년내내 여자구경이라곤
 온 몸에 시커먼 천 둘둘 감은 여자들 밖에 못 봤을거 아냐. 우리가 옆에서 살짝 띄워주면 되잖아. 여자들 파병갔다 온 군인이라그러면 껌뻑 죽으니까"

"그런데 케니 그 녀석이 워낙에 숫기가 없어서.. "

"잠깐.. 여자하니까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있는데.. 우리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헌팅작전 같은거  하지말고 그 녀석한테 확실하게 좋은 추억 하나 만들어주는건 어때?"

"뭔데?"

우리는 던이 음흉한 미소와 함께 주머니에서 꺼내든 것을 확인하고는 일제히 아연실색 했다.


"미쳤냐? 그거 여자되는 약이잖아. 여자 되서 케니랑 자라고?"

"아니 그 전에 니가 그건 왜 가지고 있는데?"

"자자, 그건 니가 알 바 아니고. 그냥 여자가 되서 놀아 주자는게 아니라 전혀 모르는 여자들인 척 접근해서 신나게 하룻밤 추억을 만들어 준 다음에 그 다음날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면 우리라는 걸 밝히고 케니의 경악하는 모습을 즐기는거지. 어때?"

"흠.. 재미있긴 하겠는데. 그래도 여자되서 케니랑 하는 건.. 좀.."

"오.. 그렉 지금 내숭떠는거야? 니가 전에 실수로 올렸다 지운 트윗 그거 지우라고 알려준게 누구지?"

"뭐..뭐? 아.. 그건.."

"야 ㅎㅎ 뭔데 뭔데. 이 새끼 또 뭐 야한거 봤구나?"

"음..뭐 일단 그렉이 보기보다 '여린 면'이 많다는걸 느꼈다고만 할게. 아무튼 할거지 그렉?"

".... 개같은 자식.. 그래 한다. 해."

처음엔 던의 이야기를 듣고 다들 질색을 했다. 하지만 그 녀석이 지난 일을 하나씩 들춰내는 바람에 결국 다들 한 번 쯤 여자가 되어보고 싶다는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공유하게 되었고, 더 이상 생각없는 척 할 수도 없이 모두 던의 계획에 참여하게 되었다. 

계획은 이랬다. 시내의 술집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 뒤 케니가 혼자 기다리고 있으면
우리가 다들 아리따운 여성의 모습으로 찾아가서 꾀어내자는 것. 그렉의 사촌이 하는 술집이라 입을 맞추기도 쉬웠고, 가까운 숙박업소 예약까지 일은 착착 진행 되었다. 


그리고 당일 날. 케니의 문자.

'나 지금 터미널에 도착하기는 했는데, 지금 꼭 그리로 가야돼? 
 내일 보면 안 될까? 사실 지금 아직 좀 피곤하기도 하고.. 만나기 힘들 사정이 좀 있어서..'

'사정은 무슨 사정. 잔말말고 그리로 와. 오늘은 이 형님들이 확실히 책임져 줄테니까..'

케니는 무슨 사정이 있는지 만나기 꺼려하는 눈치였지만 
골려먹을 생각에 잔뜩 들떠있던 우리들은 게의치 않고 얼른 오라고 닥달했다. 

"자, 다들 준비 됐지?"

섹시한 '작업용 옷' 네벌이 나란히 걸려있는 그렉의 방 안. 우리는 서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던이 나눠준 알약을 하나씩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야~. 간만에 이러고 나오니까 기분 좋다. 같이 나오니까 눈치 볼 것도 없고"

"뭐? 간만에? 그럴줄 알았다. 던. 그 약 원래 니가 먹던거지?"

"어 어? 어후 얘는~. 다 그냥 눈치껏 넘어가기로 한걸 또 이렇게 면박을 주네. 
 그래 나 맨날 주말마다 여자 차림으로 놀러나온다. 됐냐? 그리고 다시 한 번 경고하지만
 여자일때는 던이라고 부르지 '도나' 라고 도나. 알겠어!?"

"어휴.. 자~ 아가씨들 싸우지 마시고 얼른 가서 케니나 찾아봅시다. 알았지?!"

"근데 거기 주말이라 사람 엄청 붐빌텐데.."
"걔 터미널에서 바로 온댔으니까 빡빡머리에 전투복 입은 군인아저씨만 찾으면 될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일행은 술집 앞에 도착했고, 마지막으로 화장과 옷 매무새를 확인한 뒤 의기양양하게 술집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늘씬한 여자들 넷이 홀 안으로 들어오자 여기저기서 눈길들이 쏟아졌다. 솔직히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주목받는 느낌. 던이 왜 그런 취미를 즐기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홀안을 살피던 중 그렉, 아니 '그레이스'가 뭔가 발견했는지 우리들에게 손짓을 보냈다.

"저기 저거 케니아냐? 바에 앉아서 술마시고 있는 전투복입은 사람."

그레이스가 손으로 가리킨 곳을 보니 빡빡머린 아니었지만 과연 전투복 차림의 어떤 사람이 이쪽으로 등을 돌린 채 바에 기대어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쁜 마음으로 그 쪽으로 다가가려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케니가 덩치가 작긴 했지만.. 이 정도로 작았었나..?'

"..캐.. 케니?"

낯선 뒷모습에 아닐수도 있겠다 싶어 모르는 여자들인척 접근하려던 계획은 접어 두고 이름을 불렀다. 홀 안은 시끄러웠지만 자신의 이름이 불린 것을 들었는지 뒤돌아 있던 그 사람은 흘끗 이쪽을 돌아보며 몸을 돌렸다. 


남자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케니일리가 없었으나, 어딘지 낯익은 얼굴. 그리고 전투복에 새겨진 주기표의 홀튼이라는 성은 그 '여자'가 틀림없이 케니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변성기가 오기 전 어린 시절의 케니 같은 높은 톤. 하지만 어딘지 성숙한 느낌이 나는 목소리였다. 일동은 모두 그 자리에 굳어져서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여자가 되어 돌아온 케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캐...케니.. 맞지? 너...."

".. 그렇긴 한데....."

"야 이 자식아. 우리야, 케니. 그렉이랑 던, 나 조든이라고!!"

"어?!?!"

순간 혼란스러워 하는 표정이 케니의 얼굴에 떠올랐다. 하긴 지금 우리 차림을 보면 전혀 연관관계가 느껴지지 않는 모습들일테니.. 우리들은 서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 앉아. 자초지종을 하나 둘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하하.. 참 나. 그러니까 이게 다 네 계획이었다고?"

"그런셈이지 케니. 아니지 참, 케일린."

".. 어색하면 그냥 케니라고 불러도 돼."

"아냐아냐. 그럴 순 없지.."

서로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만나게 된 우리들은 엇갈리는 시선에서 어색함을 느끼곤 멎쩍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케일린. 그렇게 화학탄 때문에 몸 절반이 다 타서 수술까지 할 정도면 지금은 괜찮은거야?" 

"어 뭐 괜찮아 이젠. 어쩔수 없이 급하게 수술을 해야하는 바람에 남성의 기능을 회복하는건 불가능 했지만. 여자로 사는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아무튼 몸은 멀쩡해. 덕분에 학자금 융자도 다 갚았고.. 당분간 동네에서 머물면서 취업자릴 알아 볼 생각이야."

진지한 이야기에 분위기가 가라앉자 그레이스가 침묵을 깨뜨리며 먼저 말을 꺼냈다.

"야, 그런데 이제 어떡하냐.  기껏 여자되는 약까지먹고 잔뜩 차려입고 왔는데.. 케니도 케일린이 되버렸으니 계획대로 꼬셔서 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서로 어떻게 해야 하나 눈빛만 주고받는 중에 케일린이 쭈뼛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그냥.. 놀면되지.. 뭐.. 여자끼리는 놀지 말란 법.. 있는 것도 아니고......"

말끝을 흘리더니 순간 얼굴까지 붉히는 케일린. 던의 얼굴에 다시금 짖궂은 미소가 번졌다.

"요고요고.. 요것봐라~? 너 전엔 여자한테 말도 한 마디 못 붙이더니.. 지금 네가 먼저 우리들 꼬시는거야?"

"아니.. 뭐.. 내 겉모습이 바뀐거지 음.. 뭐 내 취향이 바뀐건 아니니까.. 게다가 여자가 되니까 다른 여자들도 오히려 날 편하게 대해주더라구.."

"어? 뭐야~? 얘 군대 가 있으면서 순 연애질만 하다 왔네?"

그렇게 서로 짖궂게 간지럽을 태우며 놀려대는데 정말로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케니'를 골려주려고 여자가 된거지 아무리 친구래도 남자랑 끝까지 갈 생각은 없었던 터였다. 

허나 지금 보니 케니도 케일린이 되지 않았는가? 비록 화장기 없는 거칠어진 얼굴에 뻣뻣한 전투복 차림이긴 했지만 친구들의 손길을 피해 이리저리 몸을 피하는 와중 언뜻언뜻 비치는 몸매의 실루엣이 자못 흥분감을 불러일으켰다. 

왜 아니겠는가? 남자였을 때도 곱상했던 얼굴에 군복무 중 하루종일 훈련과 야외근무로 단련된 몸이 저 옷 아래에 숨겨져 있을텐데 말이다.

깔깔거리며 희롱하는 장난에 빠져있던 우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같은 마음인 것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술집을 떠났다. 비록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긴 했지만 오늘 밤은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여자들끼리의 뜨거운 밤을 보내고 난 다음날. 
어렴풋이 잠이 깬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간밤의 여운을 더듬어 보고 있었던 중이었는데,
문득 다리쪽으로 무언가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내려다 보았다. 

"케일린..?"

예쁘장한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띄우고는 아직 여자인 채로 남아있는 내 다리 사이를 파고드는 그녀.

그 말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군대가 사람을 달라지게 한다는 말. 저렇게 섹시한 여자가 그 '케니'였다니.. 케일린이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자 이제서야 막 익숙해진 여자의 그 곳에 다시금 어젯밤의 열락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 케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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