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1일 금요일

Thank you for Cheating on me.


나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교통사고였다. 하반신 전체와 상반신 절반 마비. 화재로 인한 호흡기 손상. 담당의사는 여태 살아있는게 기적같은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도 하루에 몇 번씩 발작이 올때마다 숨도 제대로 안 쉬어져 죽음의 문턱을 오가곤 했으나, 여태 버티고 있는건 순전히 아내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남기고 갈 수 없어서?
아니다. 간병인이 있음에도 매일 같이 병원으로 찾아와 움직이지 못하는 내 몸을 닦아주고 대소변을 받아주는 일이 왜 안고맙겠냐만은.. 나는 일견 헌신적으로 보이는 아내의 행동에 다른 저의가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나던 날. 나는 아는 사람의 연락을 받고 아내의 바람피는 현장을 덮치러 가던 중이었다. 그 날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를 몰았더라면 그 년놈들을 현장검거 했을테지만, 아쉽게도 이런 꼴이 되어버렸다.

사건의 정황에 대해선 일언반구 하지 않아 아내는 그저 내가 불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의심만 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 일말의 죄책감 때문에 항시 퉁명스러웠던 여자가 병원에 와 억지로나마 내 비위를 맞춰주려고 용을 쓰고 있는 것이다.​


내 의심에 확신을 더해준건 이 녀석이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장 동료.나이는 나보다 한 살 많았고, 이따금씩 술이나 같이 마셨을 뿐,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찾아온 뒤로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할 만큼 가까운 사이는 결코 아니었다.  

넉살 좋게 시덥지 않은 농담 따먹기나 하던 녀석은 꼭 아내가 병원에 올 때 쯤이면 돌아갔다. 제깐에는 의심을 받지않으려고 한 행동이었겠지만, 목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눈이 돌아가지 않는건 아니다. 난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간 눈빛을 몇번이나 확인을 했고,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져갔다.


복수심은 활활 타오르는데 내 몸 하나 못가누는 신세가 되자 나는 나날이 악화되는 병세와 함께 괴팍해졌다. 하루종일 아내를 귀찮게 하고 짜증나게 할 심술거리들을 떠올렸고, 예전이라면 아무리 화가 났어도 하지 않았을 염치 없는 짓도 스스럼 없이 하게 되었다.

“여보..”
그 녀석을 쳐다 볼 땐 웃음기를 숨기지 못하던 아내의 얼굴에 대번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오늘은 또 무슨 심술을 부릴까 생각만으로도 진저리가 쳐졌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이상 아내가 그 알량한 죄의식을 덜어내는 방법은 내 말을 들어주는 일 뿐이었다. 

자식이 없으니 그녀에게 오롯이 돌아갈 돈 욕심에서라도 아내는 떠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내 생명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철저히 이 목줄을 잡아당기고 괴롭혀 줄 작정이었다. 아내는 지금 어쩌면 속으로 얼른 죽으라고 저주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처럼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또 뭐에요..”

“나 물 좀 빼줘.”

아내가 소변통을 가져오려고 돌아선다.

“아니 그거 말고. 자기가 손으로 내 자지 좀 훑어 줘. 하루종일 바짝 서있는데 죽겠어.”

나는 굳이 그녀가 싫어하는 직접적인 단어들을 골라 요구했다. 아내는 이제 아예 바퀴벌레라도 보듯 경멸어린 시선으로 날 쏘아보았다. 난 최대한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보이기 위해 굳어진 얼굴 근육을 움직였다.

아내의 차가운 손이 담요 안으로 들어왔다. 거칠게 바지춤을 헤집는 손. 
기둥뿌리까지 도착해서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얼른 해치워 버리려는 생각에 거칠게 훑어대기 시작했다.

“음.. 아. 아니 여보 그렇게 말고 좀더 부드럽게 부드~~럽게. 알지?”

“.... 아픈 사람이.. 참.. 진짜..”

클클클.. 욕지기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가식 떨 여유가 있는지 더 이상의 군소리는 없었고, 자지를 쥐고 흔드는 손놀림도 조금 리드미컬해졌다.

“아~ 아~ 아~ 아하앗!”

느낌이 올라 오자 나는 아내에게 쌀것 같다 말 한마디 없이 바로 시원하게 사정해 버렸다. 
그리고는 한껏 개운해져 만족했다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옷과 담요 안에서 졸지에 손에 풀범벅을 하게 된 아내의 얼굴이 더이상 찌그러 질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물티슈를 벅벅 뽑아 거칠게 손을 닦아 낸 아내는 더 이상 붙어있을 정신머리가 남아있지 않은 듯 별말 없이 내일 오겠다며 간병인을 호출하고는 병실을 빠져나갔다.

“네, 지금 나갔습니다. 시작해주세요.”

난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내는 신경질을 내며 병실을 빠져나갔지만, 아마 지금 쯤이면 아까 떠난 그 놈과 합류하기 위해 소풍가는 아이마냥 신나있을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난 아내 몰래 챙겨둔 돈으로 사람을 사서 붙여 놓았었다. 이미 두 년놈들이 추잡한 짓거리를 벌였다는 것은 120% 확신하고 있었지만. 내 목숨과 남은 전재산을 걸고 궁극적인 복수를 완성하려면 눈에 보이는 확신이 필요했다. 아니. 어쩌면 마음 한 구석에 이 모든 게 내 오해였으면 하는 바람 혹은 미련이 아직까지 남아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조용히 병상에 누워 더디게 흘러가는 하루를 또 다시 겨우겨우 씹어 삼켰다.​ 

“어머, 이걸 어째..!” 

다음날. 간병인 아주머니가 퀵으로 도착한 봉투를 받아 내용물을 확인하는 것을 도와주던 중, 들어있던 사진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그것들을 떨어뜨렸다.

“후후훗... “

바로 어제. 아내가 병원을 나선 바로 그 뒤 부터 찍힌 사진들이었다. 먼저 간다던 그 놈팽이 녀석은 아마 근처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크흐흐흐흐흐흑흐흐...”

이미 확신하고 있던 사실이라 나도 이렇게까지 화가 날 줄은 몰랐는데, 마지막 작은 바람까지 산산히 깨어지고나자 견딜수 없을만치 비통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저릿저릿한 감각이 온몸에 퍼지면서 또 한번 발작증세가 일어났다.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혀왔다.

‘복수.. 복수한다. .복수하고 만다 이 년놈들.... 크흐흐흐흐흐흑..’

잠시 후 호흡이 돌아오고 진정이 되자, 나는 간병인에게 부탁했다.

“그 봉투 안에 작은 병 하나 들어 있을거에요. 그것 좀 마실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이따가 집사람 오면 잠시 자리 좀 비워주시구요.” 

간병인 아줌마는 봉투에서 작은 갈색 약병을 꺼내들고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병에 적힌 것들을 찬찬히 살폈다. 

“하하하~ 쿨럭..  그거 뭐 죽으려고 먹는 약 아니니까 안심하셔도 되요.”

간병인은 그래도 곤란하다며 아무튼 약종류는 담담의사와 이야기를 하고 나서 먹어야 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게 사실 친구가 어렵게 구한 진통제 종륜데 죽을땐 죽더라도 좀 편하게 숨이라도 쉬고 싶어서 그래요. 의사는 이미 마약성 진통제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안된다고만 하니..”

그제야 좀 마음이 흔들리는 눈치였다.

“200 더 드릴게요. 며칠 더 고생하시면 일 끝날텐데 사소한 거 한 번 도와주시고 200이면 괜찮잖아요?” 

잠시 고민하더니 결정을 내린듯 했다. 침대 발치에 있는 레버쪽으로 가더니 내가 마시기 좋게 등받이를 높여주었다. 이내 옆으로 돌아와서는 약병을 열고 수저에 따라 한 모금씩 입안으로 약을 넣어주었다. 

씁쓸하고 비릿한 맛이 목줄기를 타고 흘러 들어갔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아내가 병실로 들어왔다. 나는 간병인에게 눈짓을 했고 아줌마는 소변통을 비우러가겠다며 적당히 핑계를 대고는 병실을 나갔다. 침대 옆 간이의자에 다가와서 앉는 아내. 어제 그 녀석과 좋은 시간을 보낸 건지 나갈때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이었다.

“잠은 잘 잤어?”

왠일로 먼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아내. 하지만 나는 이미 결심한 복수의 고삐를 늦추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아니.. 제대로 못 잤어.”

“..응? 왜?”

“일단 저기 커텐 좀 쳐봐.”

아내는 무슨 이야기가 나올 줄 알고 있다는 듯이 영 내키지 않은 몸짓으로 커텐을 치고 도로 의자에 앉았다.

“역시 엊그저께 손으로 대충 해결한 걸로는 부족했나봐. 그래서 말인데, 오늘은 입으로 좀 빨아줄 수 있어?”

“뭐? 여기서? 당신 정말 미쳤어?”

결국 아내는 폭발했다. 후훗.. 하지만 난 이제 시작이었다.

“으.. 응.. 정말 못참겠어서 그래. 아주머니도 잠깐 나가 계시라고 아까 말했어. 나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야. 딱 한 번 시원하게 싸고나면 이런 부탁 다신 안 할게. 응?”

최대한 비굴하게.. 그러면서도 안쓰럽게.. 죽어가는 환자의 ‘매력’을 십분 발휘해서 나는 아내에게 애걸했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있던 아내는 슬그머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정말 마지막이다 그럼?”

“으..응. 정말이야. 나 진짜 너무 힘들어서 그래. 간호사들 보기도 민망하고..”

“.. 알았어 그럼.”

아내는 다시금 문의 잠금 장치를 확인하고 와서는 침대로 와 덮혀있던 담요를 걷어내렸다. 아내는 쭈뼛쭈뼛 영 내키지 않는 듯했으나,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조금 열심이 났는지 자지가 일어나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입안에 머금고 빨아올리기 시작했다.

“응흣.. 읏...흐윽..”

모처럼만의 정성스러운 애무에 나는 금방 사정감을 느꼈지만, 온 신경을 집중해 참아 내었다. 입안에 사정해버리면 복수고 뭐고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었다. 현금으로 가지고 있던 돈 거의 모두를 털어서 산 약. 

기회는 한 번 뿐이었다.

한 10여분 남짓을 씨름하고 있었을까. 얼른 사정하지 않아 피곤해 졌는지 아내의 애무에 짜증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지금이었다.

“저기.. 여보. 내가 거기도 점점 마비가 오나 봐. 느낌이 잘 안와서 그러는데..  그러니까 위에 올라가서 직접 한 번 해주면 알될까?”

“...쓰읍... 뭐? 위로 올라가라니.. 섹스하자는 소리야?”

“으..응.. 자기야 진짜 마지막이야 마지막 한 번만 제대로..”

“알았어. 하여튼 진짜.. 이럴 때만 보면 환자 맞나 싶다니까..”


아내도 지겨워 진 탓에 일찍 끝내버리고 싶었던건지 예상보다 쉽게 승낙해주었다. 팬티를 내리고 치마를 걷어올린채 내 몸위로 올라탄 아내는 손바닥에 침을 뱉어 아래를 조금 적시더니 지체없이 내 물건을 꽂아넣고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흐윽~ 흐윽~ 흐윽~”

교감이라곤 조금도 없이 마치 기계처럼 하나의 목적을 위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왕복운동이었지만, 아내가 조급한 마음에 무리를 해가며 바짝 바짝 조여오는 통에 생각보다 느낌은 썩 괜찮았다.

이미 10여 분간 버티고 버티느라 터지기 일보직전 이었던 상황. 나는 잠시 이대로 사정하게 되면 벌어질 일에 대해 생각해 봤다. 열심히 허리를 들썩이고 있는 아내는 꿈에도 모를 일. 나는 아내의 기분이 올라오는 기색을 살피다가 조금씩 비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할 때쯤, 
지체없이 아랫도리의 긴장을 풀고 모든 것을 쏟아냈다.

“끄으으으윽~”

온몸이 파들파들 떨려오며 눈앞이 새하얘졌다. 발작은 아니었다. 
단지 반신반의로 구입했던 약의 효능이 진짜배기였다는 증거였다.

“하아.. .하아.. .하아....”​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내 몸을 깔고 앉아있었다.

‘돼.... 됐다.. 됐어!’

나는 익숙치 않은 아내의 몸과 시야에 적응하기 위해 잠시 침대위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밑에 내 몸을 하고 있는 아내는 체력이 방전되었는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전에도 움직이지 않는 굳은 몸에 힘을 줘가며 사정을 하고나면 몇가닥 남지 않은 온전한 신경이 죄 노곤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특히 더 용을 썼으니..​


어느정도 몸을 움직여보고 익숙해진 난 침대 옆 협탁자의 서랍을 열고 일전에 준비해둔 수면 마취제와 주사기를 꺼내들었다.이 정도면 내가 모든 용무를 마치고 올 때까지 얌전히 있어줄만한 양이었다.

사용한 주사기와 약병을 아내의 핸드백 속에 집어넣고, 옷 매무새를 다시 살핀다음 나는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왔다. 한층 낮아진 시야에 걸을 때마다 엉덩이 주위로 흔들리는 중량감이 영 낯설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빼앗은 아내의 몸을 시험해 볼 여유가 없었다.​


버스에 오르자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리고 몸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실 몸에 와닿는 모든 감각이 새로웠다. 얇고 부드러워진 피부에 와닿는 바람의 느낌하며 목주위를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의 느낌. 치마 속으로 맨다리끼리 스치는 느낌도 영 낯설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가슴에 느껴지는 중량감이었다.

아내는 오늘도 병실에 들린후 그 놈팽이를 만나러 갈 작정이었는지 유달리 가슴이 푹 패인 원피스를 입고 왔는데, 그 덕분에 스스로 내려다 보이는 골짜기의 풍경이 자못 아찔했다.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만지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겨우 참아야 했다.


집에서 잘 드는 회칼을 한 자루 챙겨 넣은 나는 다시 차를 타고 사진에 적혀있던 그 자식의 집으로 향했다. 복수엔 여러방법이 있겠지만, 아무리 고심해봐도 내 분노와 억울함을 온전히 풀려면 눈앞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가는 그 녀석의 고통에 젖은 눈을 봐야만 속이 시원할것 같았다. 살인이다.

평소의 나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그 순간의 난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생각해보면 다 죽어가는 내 몸을 아내의 몸과 바꿨을때 이미 90%쯤 살인을 저지른 것과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 나는 아내의 몸. 설령 걸려서 잡혀들어간다고 해도 내가 아니라 아내의 문제가 될 터였다. 

그의 집에 도착한 뒤, 난 핸드폰을 꺼내들고 메일을 보냈다. 기다리고 있을테니 얼른 오라는 내용. 얼른 가겠다고. 아니 이미 가고 있다고 그리고 진짜 진짜 사랑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답장이 빨리도 되돌아 왔다. 나는 조용히 가방 안에 휴지로 말아둔 회칼의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부릉~ 끼이이익.’

얼마 쯤 지났을까. 복도 유리창으로 내려다 보니 사진 속에서 봤던 그 차가 다급히 멈춰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건 역시 그 놈팽이 녀석. 나는 조용히 엘레베이터로 꺾어지는 복도 안 쪽에 숨어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돌아오는 즉시 칼을 뽑아 가슴팍에 한 방. 그리곤 되돌아가 아내에게 살인자의 인생을 남겨주고는 장렬히 병상에서 최후. 그것으로 내 복수는 완성될 터였다.

‘띵~!’

심장이 터질듯이 쿵쾅거렸다. 가방 속에서 칼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윽고 들려오는 구두발자국 소리. 

그래 이 모퉁이만 돌면 그땐!

“헉!”

그 순간!

모퉁이를 돌아 온 그 녀석과 맞딱뜨리고 최후의 복수를 실행하려는 순간 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평생 운동이라곤 안해본 여자의 근력과 순발력은 남자의 그것에 비하면 정말 터무니 없이 형편없다는 것.

둘째, 아내가 이 녀석과 놀아난 세월이 내 생각보다 훨씬 길었던 것일까? 급작스럽게 끌어안고 온몸을 헤집어대는 남자의 육탄공격에 절로 반응할 만큼 아내의 몸은 이미 이런 추잡스러운 짓거리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것.

모퉁에서 나를 마주친 남자는 잠시 놀란 기색이었으나 이미 으레히 있었던 일인양 주저없이 내 가슴을 압박해오며 입을 맞춰왔고, 그때까지 가방에서 채 손을 빼지 못한 나는 우악스러운 남자의 힘에 제대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받아주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뒤엉키다가 손에서 가방까지 떨군나는 일단 잠시 어울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괜히 무리하다가 가방에 칼이라도 들키는 날엔 힘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화근이었다. 

아내의 몸은 생각보다 달궈져 있었고 예민해져 있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아찔한 감각들이 입술에서 젖가슴에서 엉덩이에서 허벅지 사이에서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거기에 이따금씩 섞여 들어오는 아내의 기억. 그 남자에 대한 호의나 밀회를 즐기던 중의 행복감 같은 것들이 내 목숨까지 걸게 만든 복수의 일념을 자꾸만 흐트러뜨렸다.​


남자의 손에 붙들려 집안으로 끌려들어간 나는 말 한마디 되받아줄 여유조차 없이 그대로 섹스당했다. 당했다는 것은 일종의 핑계일 수 있겠지만, 그 남자에게 정신없이 공략을 당하는 동안 나는 점점 그를 밀어내는 것이 힘들어졌다. 아니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섹스했다. 현관에서 방안에서 부엌에서.. 그의 불덩어리같은 자지가 내 가랑이 사이를 찢고 꿰뚫어들어올 때마다 마치 ‘여자! 여자! 여자! 너는 나를 죽이러온 사내새끼가 아니라 내 자지가 고파 가랑이를 벌리러 온 여자일 뿐이야!’라고 윽박지르는 듯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윽박지르는 남자의 박력에 조금씩 설득되어갔다.

그 무엇보다 명확하고 확고했던 복수의 계획은 신음소리가 비틀어져 흘러 나올때마다 조금씩 희석되어 끝내 아련한 먼 옛날의 기억처럼 추상적인 감각으로 멀어져갔다. 네 번째 쯤 절정에 다달았을 때는 ‘여보’ 라고 소리지르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참았다.



“하아.. 하아... 하아..”

셀 수 없믈만큼의 절정과 실신을 반복하고 둘 다 체력을 다 소진했을 무렵, 나는 더 이상 병상에 누워있는 사카구치 켄타도.. 외간 남자와 바람 난 주부 사카구치 키요코도 아니었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방금 몇 시간동안 경험한 극락의 기분이 아내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이 사람의 역사와 섞여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이 사람이 가져다 주는 열락에 더 오랫동안 잠겨 있고 싶었다. 
이 사람의 아내가 되고 싶었다. 나는 그 순간, (이 남자의 성을 따라)와타나베 키요코로 다시 태어났다.

사카구치 켄타로서 남아있던 기억의 찌꺼기들이 점점이 떠올랐다.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 사람을 죽이려 했다니..

없어져야 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의 어깨에 식지 않은 몸을 기대고 여운을 즐기다가 아쉬움을 뒤로 한채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다. 아내가, 아니 사카구치 켄타가 없어져야 할 이유들을 하나 둘 씩 짜맞춰 가기 시작했다. 켄타가 가지고 있던 분노 키요코가 가지고 있던 원망이 한 덩어리로 뒤섞여 커다란 증오로 떠올랐다.

그런데 한편으론 고맙기도 했다. 덕분에.. 아내가 날 사랑한다고 착각하면서 허망하게 죽어갔을 내 멍청함을 깨닫고 새로운 인생을 살 기회를 얻지 않았는가 말이다. 게다가 이 몸.  이런것을 두고 이대로 죽으려고 했다니...

“흐으으응~”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틈을 타 왼쪽 젖가슴을 꼬옥 쥐어 보았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부피감. 손에 쥐어짜지는 고통과 유두가 비틀어지는 감각이 쾌감으로 전환되어 머리속을 가볍게 울렸다.

이 몸을 온전히 내 것으로 하기위해 더더욱 사카구치 켄타의 몸에 남아있는 아내는 죽어야만 했다. 나는 내려야할 정류장을 지나쳐 병원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 간병인은 돌아간 듯 했고 병실엔 이따금씩 기계음과 아내가 사카구치 켄타의 몸으로 내뱉는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끄으으응~’

칭칭감겨진 붕대사이로 괴로운듯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취약의 기운이 슬슬 떨어져 가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체 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치마를 걷고 사카구치 켄타의 몸을 타넘은 뒤 머리쪽으로 올라갔다.
속옷은 이미 그이의 집에 두고 온 뒤라 벌게진 보지와 헝크러진 음모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나는 가랑이를 아내의 코와 입에 가까이 가져갔다. 뜨거운 입김이 닿을 때마다 드는 찌릿찌릿한 기분이 썩 괜찮았다. 하지만 지금은 느긋히 즐길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그의 몸에 부착된 활력신호를 측정하는 기계의 플러그를 뽑았다.

‘자.. 이게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그 사람의 정액이니 어디 실컷 맛 좀 보라구..’

난 아직 정액방울이 말라붙어 있는 보지를 그대로 그의 코와 입 위에 덮어갔다.

‘웁~ 우웁!!’

아직 마취가 덜 풀렸지만 숨이 쉬어지지 않자, 가랑이 사이의 몸뚱이가 버들버들 떨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 아니 그는 목조차도 마음대로 돌릴 수 없는 전신 마비 환자. 이제 겨우 2~3분이면 숨이 꺼질 것이다. 

가랑이와 아랫배로 찍어누르고 있는동안 나는 그 몸뚱이의 생명력이 서서히 사그라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기묘했지만 나는 그 감각에 흥분했다. 그리고 그 퍼들거림이 점차 잦아들다가 완전히 멈추는 순간.. 

난 질 안에 남아있던 그이의 남은 정액을 모두 토해내며 말그대로 사정해 버렸다.

‘아~!!’

가엾은 켄타..

잠시 오르가즘의 끝자락을 만끽하던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알콜솜으로 그의 코와 입주변을 닦고 다시 기계의 플러그를 꽂았다. 시끄러운 경고음이 병실 안에 마구 메아리쳤다. 나는 간호사 호출버튼을 누르고 아마 지금쯤 집에 도착했을 간병인에게 당장 와달라고 전화를 걸었다. 아, 우연히 알게 되었다며 200만원의 언급도 잊지 않았다.

병실로 간호사와 의사들이 들이닥쳤다.

“코드 레드! 코드 레드! 심정집니다. 응급카트 가져오시고 자 여기 흉부 압박하세요. 얼른!”

후후훗.. 웃음을 참는게 이렇게 힘들줄이야. 나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누군가가 물었다. 나는 조금 머뭇거리는 척 하다가 그의 요청으로 섹스를 했노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다 잠시 균형을 잃고 넘어져 기계를 건드렸는데 그것때문에 남편이 죽은거냐며 짐짓 울상도 지어보였다. 그 사람은 섹스를 하고 있었다는 말에 놀란듯이 보였지만, 기계는 센서역할만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위로의 말을 건냈다. 갑작스럽게 심장박동이 빨라져 무리가 온건데, 워낙 환자의 몸이 약해져 있었고 언제 떠난다 해도 이상할게 없는 상태였으니 부인은 너무 자책하지 마시라는 말도 덧붙였다.

후후훗.. 죽을 사람이 죽었기에 누구도 이 죽음에 남아있는 약간의 모순점을 지적할만큼 열심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방금 했던 말을 이런 저런 사람한테 몇 번만 더하면 나는 비로소 가련한 미망인의 신세가 될 수 있겠지.. 

그리고 조만간..

나는 ‘와타나베 키요코’라고 속으로 조용히 속삭여 보았다.
기분 좋은 흥분감에 몸이 작게 떨려왔다.



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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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컴퓨터시면 오른쪽 메뉴바 밑에 관심사용자 목록 보이시죠? 거기 토끼귀 캐릭터 프로필 사진이 전데, 그거 누르시고 관심블로그 목록 확인해보세요. 블로거에서 괜찮은 TG 캡션 쓰시는 분들 등록해 두고 있어요. 다 영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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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런식으로 미시가되는 게 많이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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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닉네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린 여자보다는 성숙한 여인이 되는 쪽을 더 선호 합니다ㅎㅎ. 차츰 높은연령대(?!)로의 전환물도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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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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