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31일 월요일

Only Manly Man wears Lingerie


Mother Suit


"니가 우리 엄마로 변장하고 오면 내가 모를줄 알아?!!"

31일에 방영된 Loki TV 일일드라마 '가죽이 돌아왔다' 에서는 딸 혜연이 기억상실증에 걸려 돌아온 엄마 윤영의 옷을 찢는 장면이 나와 화제가 되었다.

실종된 지 2년 만에 죽은 줄 알았던 윤영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로 나타나자 진짜 정체를 알고 있는 혜연이 가족들 앞에서 엄마가 아니라고 폭로하는 장면이었다.

사실 윤영은 진짜 윤영이 아니라 혜연의 아빠, 즉 윤영의 남편이 남긴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윤영으로 변한 종원이었던 것.

종원은 재벌가의 외동딸인 혜연을 신분상승의 계기로 여기고 만나오다가 속셈을 들키고 헤어진 뒤 복수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사라진 윤영의 DNA샘플을 얻게 되고, 외국계 경쟁업체와 협력하여 변신수트를 손에 넣은 뒤 감쪽같이 윤영의 모습으로 변해 혜연의 가족들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한편 이날 방영분을 본 시청자들은 "생각지 못한 반전이 신선했다.", "TV에서 TS물 드라마를 보게 되다니, 앞으로의 전개가 기다려진다." 등 긍정적인 의견과 "막장막장 하더니 출생의 비밀도 모자라서 이젠 성별의 비밀이냐?", "지난 화에 윤영이 혜연의 현 남자친구인 조 실장을 떼어내려고 유혹했던건 그럼 종원이 남자를 꼬셨다는 소리? 적당히 해라." 등 부정적인 의견으로 크게 엇갈렸는데, 앞으로도 극의 전개에 따라 많은 화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최고 시청률 9.48%를 기록한 일일 드라마 '가죽이 돌아왔다'는 새해 1일은 편성관계로 하루 쉬고 2일 다음화가 방영된다.

2018년 12월 30일 일요일

Hangover


대학 입학후 기숙사로 짐을 옮기면서 아버지가 내게 당부하신 말이 있다.

남자는 술과 여자를 조심해야 된다고..
특히 기숙사 생활하면서 자유의 몸이 되었답시고 진탕 술 퍼먹고, 바지 속에 있는 물건 간수 못하면 인생 망가지는건 한 순간이라고 강조를 하셨다. 나는 웃으면서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드디어 대학까지 왔는데 밍숭맹숭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없었다.

기숙사들끼리 합쳐서 연 신입생 환영회. 정말 영화에서나 보던대로 쿵쾅거리는 음악에 온갖 술이 끝도 없이 쌓여있었고, 다들 어디 있다가 나타난건지 낮에는 보이지 않던 쭉쭉빵빵한 여자애들이 잔뜩 몰려와 2층짜리 기숙사 안은 그야말로 광란과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나도 분위기에 취해 누군지도 모르고 건내주는 술을 넙죽넙죽 마셨다. 술기운에 용감해진 탓일까? 평소엔 말도 못붙힐 여자들과 얼싸안고 몸도 부비고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술이 과했던 것인지 어떤 장난끼 가득한 얼굴의 괴짜녀석이 준 술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 마시고는 곧 필름이 끊기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나는 타는듯한 갈증에 겨우 몸을 추스리고 일어났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내 방 침대까지 가지도 못하고 기절했는지 정신을 차린 곳은 주방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되는대로 반쯤 남아있는 술병을 집어들고 목을 축였다.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물이라도 마실 겸, 냉장고로 다가가는데 냉장고 문에 영 낯선 실루엣이 비쳐 보였다.


'오.. 마이... ㄱ..'

당혹감에 한 발 물러나자 같이 한 걸음 뒤로 멀어지는 여자.

‘남자는 자고로 술과 여자를 조심해야 돼. X대가리 잘못 놀리면 훅가는게 남자 인생이야.’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아버지가 했던 말이 오버랩되었다.

보아하니 확실히 남자로서의 인생은 작살난 듯이 보였다.
다행이라면, 앞으로 더이상 'X대가리' 잘못 놀릴 일은 없다는 점일까?

'하 이제 어떡해야 한담…'

조막만한 티셔츠를 꽉 채우고 있는 젖가슴 만큼이나 답답한 기분이 밀려왔다.

R U Jealous?


2018년 12월 22일 토요일

The Epidemic


'위이이이잉- '

기계돌아가는 소리만 조용히 울리는 연구실 안.
선임연구원인 베텔 페데르센은 초조한 마음으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TG-독감이 전미를 휩쓸고 지나간지 일년 여. 역사상 그 어떤 감염성 질병보다도 빠른 전파 속도를 보였던 바이러스 였지만, 연방 정부의 재난선포 이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돌연 사그라들었고, 몇 달 전엔 더 이상의 감염이나 발병자가 없다고 공식발표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연구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베텔도 그 중 하나였다.

회사에서는 슬슬 지원을 줄이고 다른 연구를 시작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순전히 그의 고집으로 끌고 온 연구였다. 기계가 내는 반복적인 소음에 취해 잠시 딴 생각에 빠져든 베텔의 머릿속에 문득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TG 독감에 걸려 남자로 변하기 전, 사랑스러웠던 아내의 웃는 얼굴.

독감에 걸려 남자로 변한 뒤 아내는 영 다른 사람이 됐다.  기억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낯선 남자라는 느낌을 당췌 지울수 없었다. 또 점차 외모 뿐 아니라
성격도 생긴것 만큼이나 남자같이 변해 갔는데, 종래는 아내와 남편으로 부르기는 커녕
집에 함께 있는 것 조차 껄끄러울 지경이 되었다.

그리고 몇 달전, 한때 아내였던 그 남자는 마침내 자신은 이제 남자로 살 것이며 여자로 변한 옆집의 타라와 만나고 있노라고 폭탄 선언까지 하고는 함께 고향으로 떠나버렸다. 베텔에게  남겨진건 진단서가 첨부된 이혼 서류 뿐, 아마 그 때문에 회사의 눈치를 보면서까지 치료제 개발에 매달렸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삐이~!'

분석 완료를 알리는 신호음이 상념에 빠져있던 그를 깨웠다. 베텔을 의자를 책상 쪽으로
바짝 당겨 앉고는 모니터에 시선을 맞췄다.

'변형 감지 되지 않음.'

베텔의 눈이 한껏 커졌다.
성공이었다. 마침내 TG 독감 바이러스의 세포변형 기전을 막는 물질을 추출해 낸 것이었다.
비록 이미 변형된 세포를 되돌리는 방법을 찾진 못했지만, 실로 1년만에 거둔 첫 성과였다.

베텔은 심장이 두근거려오는 것을 느꼈다.
눈시울이 뜨듯해지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 만 같았다.

이걸로 아내를 다시 되찾아 올 순 없겠지만, 모니터에 뜬 한 줄의 메시지가
그래도 그의 1년이 살만한 가치가 있었노라고 다독여주고 있었다.


"...대체, 왜 안 된다는 겁니까?!"

"말했잖나? 지금은 X-Change 신약 개발에 회사의 모든 역량이 쏠려있다고. 그리고 임상실험? 이제 겨우 TG 독감에 대한 공포가 잊혀져 가고 있는데, 다시 임상실험이다 뭐다 이야기가 나오면 언론에서 가만히 있겠나?"

"하지만, 이번 건이 신약으로 개발되면 회사측에서도 크게"

"그 자네가 찾아냈다는 그거 예방효과 밖에 없는거라며?  며칠만 지나도 변종이 생기는게 바이러슨데 다음에도 또 똑같은 타입의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보장이라도 있나? 아니 애초에 다시 발병 안 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너무 위험부담이 커. 아무튼 임상실험 같은 건 추진할 수 없으니까 지금까지 한 것만 보고서로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게.."

"하지만, 임상을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자네 연구 자율적으로 맡긴 것도 회사에선 사정 많이 봐준 줄이나 알아."

"..."

더 이상 말해봐야 알아 들어먹질 못 할 놈이었다. 베텔은 부들부들 떨려오는 주먹을
가운 주머니 속에 쑤셔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자리로 돌아온 베텔은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의 깜박거리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 보았다.

'뭐? 이미 사그라든 바이러스가 언제 또 퍼지겠냐고?
 이리저리 줄이나 갈아탈 줄 아는 협잡꾼 자식이!!'

벌겋게 핏발이 선 베텔의 눈에 분석기 옆에 놓여진 배양접시와 주사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너희가 애걸복걸하며 내 바짓가랑일 붙잡게 만들어 주마.'

마치 그 녀석 얼굴이라도 쳐다보고 있는 듯 배양접시를 내려다보는 베텔의 눈에
섬뜩한 안광이 번뜩이며 스쳐지나갔다.


보름 후,
사멸된 줄 알았던 TG 독감 바이러스가 동부 메릴랜드 주에서 발현하여 다시금 전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바이러스는 지난 번과는 달리 신체접촉이나 체액교환 등을
통해서만 전염되고 있어 감염속도가 다소 느렸다. 덕분에 시민들이 느끼는 혼란은 조금
덜 했으나 역시 아직까지 정부에서는 완벽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첫 발병자 확인 즉시 빠른 역학조사를 통해 진원지는 밝혀낼 수 있었는데,
그들이 쫓고 있는 사람은 바로 최초 발병자 발생 3일 전 모 제약회사의 연구소에서 홀연히
종적을 감춘 선임연구원 베텔이었다.

인근 모든 주의 경찰인력과 정보기관까지 나서 이 생화학 테러를 일으킨 장본인을 쫓고
있었으나 2주 가까이 잡기는 커녕 제대로 본 목격자 하나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나타난 TG 독감 바이러스의 첫 감염자는 사실 지금 여자로 변한 채
모 병원의 격리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환자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TG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해 숙주가 된 베텔 본인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베텔은 여전히 '실험' 중이었다.


"34번째.. 흐윽..  피험자 ... 2명..  흐그윽~ 크기 양쪽 모두 우수, 스태미너 우수... 흐으윽~
구강과 질의 점막 접촉을 통한 전이 시... 작.. 하아으으윽~~!!!!"

"중얼중얼 뭐래는거야 이 흰둥이 년이.. 썅년아, 얼른 빨기나 해!!"

짧은 숏컷의 금발미녀로 변한 베텔 아니 베키. 앞에 선 사내의 재촉에 눈이 풀린 얼굴로 야릇한 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두 손으로 잡아도 넘치는 커다란 물건을 입으로 가져갔다.

'하아아아~ 아쉬운 일이야. 이렇게 훌륭한 자지가 내일이면 보지로 변하게 된다니..'

베키는 차 아이스박스에 있는 항체주사를 떠올렸다. 연구소에서 떠나기 전 겨우 몰래
한 사람에게 쓸 분량만큼 추출해서 가지고 나온 세포변이방지 약이었다. 애초엔 비밀리에 회사와 연락해 왕창 돈이라도 뜯어낼 심산이었지만, 매일같이 '전염'을 핑계로 남자 맛에 빠져 살다보니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진 그였다. 그저 해도해도 질리지 않는 이 열락의 파티를 극상의 여자가 된 자신의 몸으로 평생토록 즐기고 싶을 뿐이었다.

능숙하게 사내의 좆뿌리부터 혀를 감아올리며 잠시 항체주사의 용처에 대해 고민하던 베키는 결국 그만두기로 했다. 확실히 자신의 앞 뒤 구멍을 꽉꽉 쑤셔주고 있는 물건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아직 단 하나 있는 항체주사를 쓸 만큼 '최고의 물건'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TG독감은 이제 겨우 중부지역까지 번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세상은 넓고,
그녀가 '검사' 해봐야 할 자지도 아직 수 없이 남아 있었다.

2018년 12월 21일 금요일

Thank you for Cheating on me.


나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교통사고였다. 하반신 전체와 상반신 절반 마비. 화재로 인한 호흡기 손상. 담당의사는 여태 살아있는게 기적같은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도 하루에 몇 번씩 발작이 올때마다 숨도 제대로 안 쉬어져 죽음의 문턱을 오가곤 했으나, 여태 버티고 있는건 순전히 아내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남기고 갈 수 없어서?
아니다. 간병인이 있음에도 매일 같이 병원으로 찾아와 움직이지 못하는 내 몸을 닦아주고 대소변을 받아주는 일이 왜 안고맙겠냐만은.. 나는 일견 헌신적으로 보이는 아내의 행동에 다른 저의가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나던 날. 나는 아는 사람의 연락을 받고 아내의 바람피는 현장을 덮치러 가던 중이었다. 그 날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를 몰았더라면 그 년놈들을 현장검거 했을테지만, 아쉽게도 이런 꼴이 되어버렸다.

사건의 정황에 대해선 일언반구 하지 않아 아내는 그저 내가 불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의심만 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 일말의 죄책감 때문에 항시 퉁명스러웠던 여자가 병원에 와 억지로나마 내 비위를 맞춰주려고 용을 쓰고 있는 것이다.​


내 의심에 확신을 더해준건 이 녀석이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장 동료.나이는 나보다 한 살 많았고, 이따금씩 술이나 같이 마셨을 뿐,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찾아온 뒤로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할 만큼 가까운 사이는 결코 아니었다.  

넉살 좋게 시덥지 않은 농담 따먹기나 하던 녀석은 꼭 아내가 병원에 올 때 쯤이면 돌아갔다. 제깐에는 의심을 받지않으려고 한 행동이었겠지만, 목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눈이 돌아가지 않는건 아니다. 난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간 눈빛을 몇번이나 확인을 했고,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져갔다.


복수심은 활활 타오르는데 내 몸 하나 못가누는 신세가 되자 나는 나날이 악화되는 병세와 함께 괴팍해졌다. 하루종일 아내를 귀찮게 하고 짜증나게 할 심술거리들을 떠올렸고, 예전이라면 아무리 화가 났어도 하지 않았을 염치 없는 짓도 스스럼 없이 하게 되었다.

“여보..”
그 녀석을 쳐다 볼 땐 웃음기를 숨기지 못하던 아내의 얼굴에 대번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오늘은 또 무슨 심술을 부릴까 생각만으로도 진저리가 쳐졌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이상 아내가 그 알량한 죄의식을 덜어내는 방법은 내 말을 들어주는 일 뿐이었다. 

자식이 없으니 그녀에게 오롯이 돌아갈 돈 욕심에서라도 아내는 떠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내 생명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철저히 이 목줄을 잡아당기고 괴롭혀 줄 작정이었다. 아내는 지금 어쩌면 속으로 얼른 죽으라고 저주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처럼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또 뭐에요..”

“나 물 좀 빼줘.”

아내가 소변통을 가져오려고 돌아선다.

“아니 그거 말고. 자기가 손으로 내 자지 좀 훑어 줘. 하루종일 바짝 서있는데 죽겠어.”

나는 굳이 그녀가 싫어하는 직접적인 단어들을 골라 요구했다. 아내는 이제 아예 바퀴벌레라도 보듯 경멸어린 시선으로 날 쏘아보았다. 난 최대한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보이기 위해 굳어진 얼굴 근육을 움직였다.

아내의 차가운 손이 담요 안으로 들어왔다. 거칠게 바지춤을 헤집는 손. 
기둥뿌리까지 도착해서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얼른 해치워 버리려는 생각에 거칠게 훑어대기 시작했다.

“음.. 아. 아니 여보 그렇게 말고 좀더 부드럽게 부드~~럽게. 알지?”

“.... 아픈 사람이.. 참.. 진짜..”

클클클.. 욕지기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가식 떨 여유가 있는지 더 이상의 군소리는 없었고, 자지를 쥐고 흔드는 손놀림도 조금 리드미컬해졌다.

“아~ 아~ 아~ 아하앗!”

느낌이 올라 오자 나는 아내에게 쌀것 같다 말 한마디 없이 바로 시원하게 사정해 버렸다. 
그리고는 한껏 개운해져 만족했다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옷과 담요 안에서 졸지에 손에 풀범벅을 하게 된 아내의 얼굴이 더이상 찌그러 질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물티슈를 벅벅 뽑아 거칠게 손을 닦아 낸 아내는 더 이상 붙어있을 정신머리가 남아있지 않은 듯 별말 없이 내일 오겠다며 간병인을 호출하고는 병실을 빠져나갔다.

“네, 지금 나갔습니다. 시작해주세요.”

난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내는 신경질을 내며 병실을 빠져나갔지만, 아마 지금 쯤이면 아까 떠난 그 놈과 합류하기 위해 소풍가는 아이마냥 신나있을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난 아내 몰래 챙겨둔 돈으로 사람을 사서 붙여 놓았었다. 이미 두 년놈들이 추잡한 짓거리를 벌였다는 것은 120% 확신하고 있었지만. 내 목숨과 남은 전재산을 걸고 궁극적인 복수를 완성하려면 눈에 보이는 확신이 필요했다. 아니. 어쩌면 마음 한 구석에 이 모든 게 내 오해였으면 하는 바람 혹은 미련이 아직까지 남아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조용히 병상에 누워 더디게 흘러가는 하루를 또 다시 겨우겨우 씹어 삼켰다.​ 

“어머, 이걸 어째..!” 

다음날. 간병인 아주머니가 퀵으로 도착한 봉투를 받아 내용물을 확인하는 것을 도와주던 중, 들어있던 사진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그것들을 떨어뜨렸다.

“후후훗... “

바로 어제. 아내가 병원을 나선 바로 그 뒤 부터 찍힌 사진들이었다. 먼저 간다던 그 놈팽이 녀석은 아마 근처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크흐흐흐흐흐흑흐흐...”

이미 확신하고 있던 사실이라 나도 이렇게까지 화가 날 줄은 몰랐는데, 마지막 작은 바람까지 산산히 깨어지고나자 견딜수 없을만치 비통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저릿저릿한 감각이 온몸에 퍼지면서 또 한번 발작증세가 일어났다.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혀왔다.

‘복수.. 복수한다. .복수하고 만다 이 년놈들.... 크흐흐흐흐흐흑..’

잠시 후 호흡이 돌아오고 진정이 되자, 나는 간병인에게 부탁했다.

“그 봉투 안에 작은 병 하나 들어 있을거에요. 그것 좀 마실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이따가 집사람 오면 잠시 자리 좀 비워주시구요.” 

간병인 아줌마는 봉투에서 작은 갈색 약병을 꺼내들고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병에 적힌 것들을 찬찬히 살폈다. 

“하하하~ 쿨럭..  그거 뭐 죽으려고 먹는 약 아니니까 안심하셔도 되요.”

간병인은 그래도 곤란하다며 아무튼 약종류는 담담의사와 이야기를 하고 나서 먹어야 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게 사실 친구가 어렵게 구한 진통제 종륜데 죽을땐 죽더라도 좀 편하게 숨이라도 쉬고 싶어서 그래요. 의사는 이미 마약성 진통제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안된다고만 하니..”

그제야 좀 마음이 흔들리는 눈치였다.

“200 더 드릴게요. 며칠 더 고생하시면 일 끝날텐데 사소한 거 한 번 도와주시고 200이면 괜찮잖아요?” 

잠시 고민하더니 결정을 내린듯 했다. 침대 발치에 있는 레버쪽으로 가더니 내가 마시기 좋게 등받이를 높여주었다. 이내 옆으로 돌아와서는 약병을 열고 수저에 따라 한 모금씩 입안으로 약을 넣어주었다. 

씁쓸하고 비릿한 맛이 목줄기를 타고 흘러 들어갔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아내가 병실로 들어왔다. 나는 간병인에게 눈짓을 했고 아줌마는 소변통을 비우러가겠다며 적당히 핑계를 대고는 병실을 나갔다. 침대 옆 간이의자에 다가와서 앉는 아내. 어제 그 녀석과 좋은 시간을 보낸 건지 나갈때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이었다.

“잠은 잘 잤어?”

왠일로 먼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아내. 하지만 나는 이미 결심한 복수의 고삐를 늦추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아니.. 제대로 못 잤어.”

“..응? 왜?”

“일단 저기 커텐 좀 쳐봐.”

아내는 무슨 이야기가 나올 줄 알고 있다는 듯이 영 내키지 않은 몸짓으로 커텐을 치고 도로 의자에 앉았다.

“역시 엊그저께 손으로 대충 해결한 걸로는 부족했나봐. 그래서 말인데, 오늘은 입으로 좀 빨아줄 수 있어?”

“뭐? 여기서? 당신 정말 미쳤어?”

결국 아내는 폭발했다. 후훗.. 하지만 난 이제 시작이었다.

“으.. 응.. 정말 못참겠어서 그래. 아주머니도 잠깐 나가 계시라고 아까 말했어. 나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야. 딱 한 번 시원하게 싸고나면 이런 부탁 다신 안 할게. 응?”

최대한 비굴하게.. 그러면서도 안쓰럽게.. 죽어가는 환자의 ‘매력’을 십분 발휘해서 나는 아내에게 애걸했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있던 아내는 슬그머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정말 마지막이다 그럼?”

“으..응. 정말이야. 나 진짜 너무 힘들어서 그래. 간호사들 보기도 민망하고..”

“.. 알았어 그럼.”

아내는 다시금 문의 잠금 장치를 확인하고 와서는 침대로 와 덮혀있던 담요를 걷어내렸다. 아내는 쭈뼛쭈뼛 영 내키지 않는 듯했으나,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조금 열심이 났는지 자지가 일어나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입안에 머금고 빨아올리기 시작했다.

“응흣.. 읏...흐윽..”

모처럼만의 정성스러운 애무에 나는 금방 사정감을 느꼈지만, 온 신경을 집중해 참아 내었다. 입안에 사정해버리면 복수고 뭐고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었다. 현금으로 가지고 있던 돈 거의 모두를 털어서 산 약. 

기회는 한 번 뿐이었다.

한 10여분 남짓을 씨름하고 있었을까. 얼른 사정하지 않아 피곤해 졌는지 아내의 애무에 짜증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지금이었다.

“저기.. 여보. 내가 거기도 점점 마비가 오나 봐. 느낌이 잘 안와서 그러는데..  그러니까 위에 올라가서 직접 한 번 해주면 알될까?”

“...쓰읍... 뭐? 위로 올라가라니.. 섹스하자는 소리야?”

“으..응.. 자기야 진짜 마지막이야 마지막 한 번만 제대로..”

“알았어. 하여튼 진짜.. 이럴 때만 보면 환자 맞나 싶다니까..”


아내도 지겨워 진 탓에 일찍 끝내버리고 싶었던건지 예상보다 쉽게 승낙해주었다. 팬티를 내리고 치마를 걷어올린채 내 몸위로 올라탄 아내는 손바닥에 침을 뱉어 아래를 조금 적시더니 지체없이 내 물건을 꽂아넣고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흐윽~ 흐윽~ 흐윽~”

교감이라곤 조금도 없이 마치 기계처럼 하나의 목적을 위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왕복운동이었지만, 아내가 조급한 마음에 무리를 해가며 바짝 바짝 조여오는 통에 생각보다 느낌은 썩 괜찮았다.

이미 10여 분간 버티고 버티느라 터지기 일보직전 이었던 상황. 나는 잠시 이대로 사정하게 되면 벌어질 일에 대해 생각해 봤다. 열심히 허리를 들썩이고 있는 아내는 꿈에도 모를 일. 나는 아내의 기분이 올라오는 기색을 살피다가 조금씩 비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할 때쯤, 
지체없이 아랫도리의 긴장을 풀고 모든 것을 쏟아냈다.

“끄으으으윽~”

온몸이 파들파들 떨려오며 눈앞이 새하얘졌다. 발작은 아니었다. 
단지 반신반의로 구입했던 약의 효능이 진짜배기였다는 증거였다.

“하아.. .하아.. .하아....”​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내 몸을 깔고 앉아있었다.

‘돼.... 됐다.. 됐어!’

나는 익숙치 않은 아내의 몸과 시야에 적응하기 위해 잠시 침대위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밑에 내 몸을 하고 있는 아내는 체력이 방전되었는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전에도 움직이지 않는 굳은 몸에 힘을 줘가며 사정을 하고나면 몇가닥 남지 않은 온전한 신경이 죄 노곤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특히 더 용을 썼으니..​


어느정도 몸을 움직여보고 익숙해진 난 침대 옆 협탁자의 서랍을 열고 일전에 준비해둔 수면 마취제와 주사기를 꺼내들었다.이 정도면 내가 모든 용무를 마치고 올 때까지 얌전히 있어줄만한 양이었다.

사용한 주사기와 약병을 아내의 핸드백 속에 집어넣고, 옷 매무새를 다시 살핀다음 나는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왔다. 한층 낮아진 시야에 걸을 때마다 엉덩이 주위로 흔들리는 중량감이 영 낯설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빼앗은 아내의 몸을 시험해 볼 여유가 없었다.​


버스에 오르자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리고 몸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실 몸에 와닿는 모든 감각이 새로웠다. 얇고 부드러워진 피부에 와닿는 바람의 느낌하며 목주위를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의 느낌. 치마 속으로 맨다리끼리 스치는 느낌도 영 낯설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가슴에 느껴지는 중량감이었다.

아내는 오늘도 병실에 들린후 그 놈팽이를 만나러 갈 작정이었는지 유달리 가슴이 푹 패인 원피스를 입고 왔는데, 그 덕분에 스스로 내려다 보이는 골짜기의 풍경이 자못 아찔했다.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만지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겨우 참아야 했다.


집에서 잘 드는 회칼을 한 자루 챙겨 넣은 나는 다시 차를 타고 사진에 적혀있던 그 자식의 집으로 향했다. 복수엔 여러방법이 있겠지만, 아무리 고심해봐도 내 분노와 억울함을 온전히 풀려면 눈앞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가는 그 녀석의 고통에 젖은 눈을 봐야만 속이 시원할것 같았다. 살인이다.

평소의 나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그 순간의 난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생각해보면 다 죽어가는 내 몸을 아내의 몸과 바꿨을때 이미 90%쯤 살인을 저지른 것과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 나는 아내의 몸. 설령 걸려서 잡혀들어간다고 해도 내가 아니라 아내의 문제가 될 터였다. 

그의 집에 도착한 뒤, 난 핸드폰을 꺼내들고 메일을 보냈다. 기다리고 있을테니 얼른 오라는 내용. 얼른 가겠다고. 아니 이미 가고 있다고 그리고 진짜 진짜 사랑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답장이 빨리도 되돌아 왔다. 나는 조용히 가방 안에 휴지로 말아둔 회칼의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부릉~ 끼이이익.’

얼마 쯤 지났을까. 복도 유리창으로 내려다 보니 사진 속에서 봤던 그 차가 다급히 멈춰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건 역시 그 놈팽이 녀석. 나는 조용히 엘레베이터로 꺾어지는 복도 안 쪽에 숨어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돌아오는 즉시 칼을 뽑아 가슴팍에 한 방. 그리곤 되돌아가 아내에게 살인자의 인생을 남겨주고는 장렬히 병상에서 최후. 그것으로 내 복수는 완성될 터였다.

‘띵~!’

심장이 터질듯이 쿵쾅거렸다. 가방 속에서 칼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윽고 들려오는 구두발자국 소리. 

그래 이 모퉁이만 돌면 그땐!

“헉!”

그 순간!

모퉁이를 돌아 온 그 녀석과 맞딱뜨리고 최후의 복수를 실행하려는 순간 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평생 운동이라곤 안해본 여자의 근력과 순발력은 남자의 그것에 비하면 정말 터무니 없이 형편없다는 것.

둘째, 아내가 이 녀석과 놀아난 세월이 내 생각보다 훨씬 길었던 것일까? 급작스럽게 끌어안고 온몸을 헤집어대는 남자의 육탄공격에 절로 반응할 만큼 아내의 몸은 이미 이런 추잡스러운 짓거리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것.

모퉁에서 나를 마주친 남자는 잠시 놀란 기색이었으나 이미 으레히 있었던 일인양 주저없이 내 가슴을 압박해오며 입을 맞춰왔고, 그때까지 가방에서 채 손을 빼지 못한 나는 우악스러운 남자의 힘에 제대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받아주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뒤엉키다가 손에서 가방까지 떨군나는 일단 잠시 어울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괜히 무리하다가 가방에 칼이라도 들키는 날엔 힘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화근이었다. 

아내의 몸은 생각보다 달궈져 있었고 예민해져 있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아찔한 감각들이 입술에서 젖가슴에서 엉덩이에서 허벅지 사이에서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거기에 이따금씩 섞여 들어오는 아내의 기억. 그 남자에 대한 호의나 밀회를 즐기던 중의 행복감 같은 것들이 내 목숨까지 걸게 만든 복수의 일념을 자꾸만 흐트러뜨렸다.​


남자의 손에 붙들려 집안으로 끌려들어간 나는 말 한마디 되받아줄 여유조차 없이 그대로 섹스당했다. 당했다는 것은 일종의 핑계일 수 있겠지만, 그 남자에게 정신없이 공략을 당하는 동안 나는 점점 그를 밀어내는 것이 힘들어졌다. 아니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섹스했다. 현관에서 방안에서 부엌에서.. 그의 불덩어리같은 자지가 내 가랑이 사이를 찢고 꿰뚫어들어올 때마다 마치 ‘여자! 여자! 여자! 너는 나를 죽이러온 사내새끼가 아니라 내 자지가 고파 가랑이를 벌리러 온 여자일 뿐이야!’라고 윽박지르는 듯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윽박지르는 남자의 박력에 조금씩 설득되어갔다.

그 무엇보다 명확하고 확고했던 복수의 계획은 신음소리가 비틀어져 흘러 나올때마다 조금씩 희석되어 끝내 아련한 먼 옛날의 기억처럼 추상적인 감각으로 멀어져갔다. 네 번째 쯤 절정에 다달았을 때는 ‘여보’ 라고 소리지르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참았다.



“하아.. 하아... 하아..”

셀 수 없믈만큼의 절정과 실신을 반복하고 둘 다 체력을 다 소진했을 무렵, 나는 더 이상 병상에 누워있는 사카구치 켄타도.. 외간 남자와 바람 난 주부 사카구치 키요코도 아니었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방금 몇 시간동안 경험한 극락의 기분이 아내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이 사람의 역사와 섞여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이 사람이 가져다 주는 열락에 더 오랫동안 잠겨 있고 싶었다. 
이 사람의 아내가 되고 싶었다. 나는 그 순간, (이 남자의 성을 따라)와타나베 키요코로 다시 태어났다.

사카구치 켄타로서 남아있던 기억의 찌꺼기들이 점점이 떠올랐다.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 사람을 죽이려 했다니..

없어져야 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의 어깨에 식지 않은 몸을 기대고 여운을 즐기다가 아쉬움을 뒤로 한채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다. 아내가, 아니 사카구치 켄타가 없어져야 할 이유들을 하나 둘 씩 짜맞춰 가기 시작했다. 켄타가 가지고 있던 분노 키요코가 가지고 있던 원망이 한 덩어리로 뒤섞여 커다란 증오로 떠올랐다.

그런데 한편으론 고맙기도 했다. 덕분에.. 아내가 날 사랑한다고 착각하면서 허망하게 죽어갔을 내 멍청함을 깨닫고 새로운 인생을 살 기회를 얻지 않았는가 말이다. 게다가 이 몸.  이런것을 두고 이대로 죽으려고 했다니...

“흐으으응~”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틈을 타 왼쪽 젖가슴을 꼬옥 쥐어 보았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부피감. 손에 쥐어짜지는 고통과 유두가 비틀어지는 감각이 쾌감으로 전환되어 머리속을 가볍게 울렸다.

이 몸을 온전히 내 것으로 하기위해 더더욱 사카구치 켄타의 몸에 남아있는 아내는 죽어야만 했다. 나는 내려야할 정류장을 지나쳐 병원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 간병인은 돌아간 듯 했고 병실엔 이따금씩 기계음과 아내가 사카구치 켄타의 몸으로 내뱉는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끄으으응~’

칭칭감겨진 붕대사이로 괴로운듯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취약의 기운이 슬슬 떨어져 가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체 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치마를 걷고 사카구치 켄타의 몸을 타넘은 뒤 머리쪽으로 올라갔다.
속옷은 이미 그이의 집에 두고 온 뒤라 벌게진 보지와 헝크러진 음모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나는 가랑이를 아내의 코와 입에 가까이 가져갔다. 뜨거운 입김이 닿을 때마다 드는 찌릿찌릿한 기분이 썩 괜찮았다. 하지만 지금은 느긋히 즐길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그의 몸에 부착된 활력신호를 측정하는 기계의 플러그를 뽑았다.

‘자.. 이게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그 사람의 정액이니 어디 실컷 맛 좀 보라구..’

난 아직 정액방울이 말라붙어 있는 보지를 그대로 그의 코와 입 위에 덮어갔다.

‘웁~ 우웁!!’

아직 마취가 덜 풀렸지만 숨이 쉬어지지 않자, 가랑이 사이의 몸뚱이가 버들버들 떨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 아니 그는 목조차도 마음대로 돌릴 수 없는 전신 마비 환자. 이제 겨우 2~3분이면 숨이 꺼질 것이다. 

가랑이와 아랫배로 찍어누르고 있는동안 나는 그 몸뚱이의 생명력이 서서히 사그라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기묘했지만 나는 그 감각에 흥분했다. 그리고 그 퍼들거림이 점차 잦아들다가 완전히 멈추는 순간.. 

난 질 안에 남아있던 그이의 남은 정액을 모두 토해내며 말그대로 사정해 버렸다.

‘아~!!’

가엾은 켄타..

잠시 오르가즘의 끝자락을 만끽하던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알콜솜으로 그의 코와 입주변을 닦고 다시 기계의 플러그를 꽂았다. 시끄러운 경고음이 병실 안에 마구 메아리쳤다. 나는 간호사 호출버튼을 누르고 아마 지금쯤 집에 도착했을 간병인에게 당장 와달라고 전화를 걸었다. 아, 우연히 알게 되었다며 200만원의 언급도 잊지 않았다.

병실로 간호사와 의사들이 들이닥쳤다.

“코드 레드! 코드 레드! 심정집니다. 응급카트 가져오시고 자 여기 흉부 압박하세요. 얼른!”

후후훗.. 웃음을 참는게 이렇게 힘들줄이야. 나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누군가가 물었다. 나는 조금 머뭇거리는 척 하다가 그의 요청으로 섹스를 했노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다 잠시 균형을 잃고 넘어져 기계를 건드렸는데 그것때문에 남편이 죽은거냐며 짐짓 울상도 지어보였다. 그 사람은 섹스를 하고 있었다는 말에 놀란듯이 보였지만, 기계는 센서역할만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위로의 말을 건냈다. 갑작스럽게 심장박동이 빨라져 무리가 온건데, 워낙 환자의 몸이 약해져 있었고 언제 떠난다 해도 이상할게 없는 상태였으니 부인은 너무 자책하지 마시라는 말도 덧붙였다.

후후훗.. 죽을 사람이 죽었기에 누구도 이 죽음에 남아있는 약간의 모순점을 지적할만큼 열심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방금 했던 말을 이런 저런 사람한테 몇 번만 더하면 나는 비로소 가련한 미망인의 신세가 될 수 있겠지.. 

그리고 조만간..

나는 ‘와타나베 키요코’라고 속으로 조용히 속삭여 보았다.
기분 좋은 흥분감에 몸이 작게 떨려왔다.



Sometimes,


2018년 12월 19일 수요일

In The Future

사진 누르면 커져요

(Original Caption : https://www.deviantart.com/anothertgpage)

2018년 12월 18일 화요일

Huh? What did You Call Me?


Remove the Source


“어디 치료 잘 받고 왔나 확인해 봅시다. 치마 좀 올려봐요.”

“..”

나는 모멸감으로 얼굴이 화끈거려왔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성추행범으로 몰린 나에게 선택은 두 가지 뿐이었다. 회사의 삐까번쩍한 법무팀을 상대로 승산없는 법정싸움을 이어나가든지 아니면 회사가 제시한 ‘성범죄 재발 방지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든지..

“오, 확실히 그 추잡한게 사라지니 훨씬 깔끔하고 보기 좋네요. 엉덩이랑 가슴사이즈도 회사규정에 맞게 잘 조정된 거 같고.. 흐음.. 어디보자”

인사과장이 앞으로 걸어오더니 순간 훤히 드러난 가랑이 밑으로 처음 느껴보는 뜨듯한 남자의 손길이 훅 덮여왔다. 

“흐읏.. 이..이게 무슨 짓이에요! 지금 서..성추행 하시는건가요?”

“아니죠 아니죠. 성추행은 김형석씨가 한짓이 성추행이고, 이건 어디까지나 확인 과정입니다. 얼굴까지 이렇게 예쁘게 바뀌긴 했지만 확실히 여기 아랫도리에 ‘근본적 원인’이 제거 됐는지는 직접 확인을 해 봐야죠. 혹시 안으로 접어넣고 왔을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그리고 서류상으로 김형석씨는 아직 엄연한 남자고, 남자끼리의 신체접촉은 문제없을텐데요? “

눈물이 핑돌았다. 얼굴하게 누명이 씌워졌을 때만큼이나 억울했다. 제길.. 모아놓은 돈만 조금 있었더라도 이런 뭐같은 경우는.. 그런데 이남자.. 잠깐 손을 대보는가 싶더니 떠날줄을 모른다. 더구나 이제는 깊숙한 곳까지 꾸욱 눌러보기까지 하는데..

“흐읏...”

“네, 좋습니다. 제대로 프로그램을 이수하셨네요. 내려가서 총무과에서 새 사원증 발급받으시고, 근무 복귀 하시면 되겠습니다.”

“....네, 감..사.. 합니다.”

나는 옷자락을 추스르고, 방금 느꼈던 그 혼란스러운 감각을 애써 떨쳐버리려 양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 끝나고 내 사무실로 올라와요.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교육은 이제 시작이니까.”

‘아...’

블라우스 밑으로 유두가 빳빳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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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에 올렸던 글인데, 오늘부로 텀블러 외부접속이 막혀 하나씩 옮겨올까 합니다.

Don't Turn Your Eyes Away!


2018년 12월 17일 월요일

the Persuasive Tongue


What's the Big Deal?


"어머~ 언니! 이쁜 옷 되게 많다. 집에 옷이 이렇게 많은데 맨날 그렇게 칙칙한 옷만 입고 다닌거야? 좀 꾸미고 다녀. 그래 이거. 이 원피스 오늘 같이 햇볕 좋은 날 입고 나가면 딱이겠는데?"

"얘는, 그거 다 네 형부 옷이야.. 음? 어, 그 치마도. "

"뭐? 형부 옷?"

"후훗.. 왜, 놀랐니?"

"아니 언니. 형부가 55사이즈를 입어? 이게 들어가? 와 형부 살 엄청 뺐네."


'.. 흠... 잠깐, 그 포인트에서 놀라는거야?'

2018년 12월 14일 금요일

Her Body Study


(Click to Enlarge, 누르면 커져요.)

TG-Flu Survivors Meeting


'... 벌써 30분이나 지났는데..'

시립 도서관의 작은 세미나실, 헤더는 초조한 얼굴로
자꾸만 시간을 확인했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건 'TG-독감' 생존자 모임의 참석자들.
모임은 두 달전, 미 전역을 강타한 TG-독감에 걸려 갑작스럽게 인생이
뒤바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에서 마련한 상담 프로그램이었다.

피해범위가 32개주에 달했고, 전체 인구의 20%가 감염된 질병인만큼
헤더가 첫 모임을 열었을 때엔 참석자들로 북적였다. 젖먹이 갓난 아이를
두고 남자가 되어버린 싱글 맘. 보안업체 일을 하다 여자가 되어버린 관계로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남자.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매주 이곳에 모여 변화된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서로 나눴고,
헤더 역시 가볍게 지나가긴 했지만 TG-독감에 걸려 여자가 되었던 관계로
많은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참석자가 줄기 시작했다. 하나 둘 빈 자리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겨우 8번째 모임인 오늘 마침내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이었다.
하긴, 이런 사태를 예견할 만한 조짐은 진작부터 눈에 띄었었다.

TG-독감의 특성인지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원래 그 성별이었던 사람들조차
부러워 할 법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선남선녀들이 모여 있다보니
자연스레 하나 둘 눈이 맞아 나가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마치 병목현상이 풀리기 시작한 순환도로처럼 언제부턴가 다들
바뀐 인생이 얼마나 행복한지 떠들기 시작했고, 생존자 모임은 문 밖에 붙인
작은 표지만 없다면 단체 미팅으로 착각할만큼 분위기가 바뀌어왔던 것이다.


사실 헤더도 TG-독감의 생존자고 모임의 주최자긴 하지만, 딱히 요즘의 생활이
괴롭다거나 적응하기 힘들다거나 할 만한 건 없었다. 되려 만족스럽게 바뀐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작고 왜소한 체격에 말단 공무원이었던 헤럴드 시절의 그에게
연애라는건 먼 나라 이야기였는데, 헤더로 살기 시작한 후엔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부쩍 자신에게 먼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났던 것이다.
심지어 며칠 전엔 바에서 술을 한 잔 사도 되겠냐고 접근한 남자까지 있을 정도였다.

헤더가 여자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땐, 남자들이 그렇게 접근해 오는게
불편하고 불쾌하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몸이 바뀌면 마음도 바뀐다던가.
요즘 들어선 뻔히 보이는 수작을 걸어오는 남자들이 어쩐지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
다른 여자직원들 앞에서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면 왠지 우쭐하기도 한 것이
썩 나쁘지 않았던 터였다. 다만 최근에 그녀에겐 다른 고민이 하나 생겼는데..

결국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모임. 헤더는 그만 정리할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다 서류철 하나를 바닥에 흘렸다. 허리를 숙여 집어들고
가방에 도로 넣으려는데, 익숙치 않아야 할테지만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제길..'

깊이 패인 V넥 티셔츠 사이로 슬쩍 들여다 보이는 가슴 골. 아니 가슴 평야..
어찌된 일인지 TG-독감은 그녀에게 모델같은 얼굴과 늘씬한 몸매는 주었지만,
정작 여성미의 원천인 풍만한 볼륨감은 주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엔 헤더도 굳이 속옷을 따로 갖춰 살 필요도 없고, 혹시 남자로 돌아가게 되면
훨씬 수월하겠다 싶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쉬워지게 될 줄은..

헤더는 가방을 맨 채로 핸드폰을 꺼내 참석자 연락처를 뒤졌다.

'경비였던 테드, 아니 테미씨가 다시 일자리를 구한 곳이 빅토리아 시크릿 이랬지?..'

제발 그 명성 자자한 푸쉬 업 브라가 들었던만큼의 효과가 있기를..
이제 그녀, 헤더에게도 다른 종류의 '카운셀링'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2018년 12월 12일 수요일

Blossoming


The Things My Father said


대학 졸업 후, 이 도시로 떠나올 무렵
아버지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크게 성공 하려거든
잘난 놈들 밑에서 일하는 것에 만족하지말고,
그 놈들을 밑에 두고 부리는 남자가 되어야 한다고..

난 도시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시작했고,
돈이 모이는 족족 내 모습을 변화시켜나가는 데에 투자했다.


그리고 이곳에 자리를 잡은지 어언 3년.
난 마침내 순진한 시골청년 에디, 에드워드가 아니라
고혹적인 외모와 가학적인 플레이로 명성이 자자한
SM 포르노계의 여왕 '레이디 벨라'로 불리게 되었다.

수 많은 포르노 제작자와 에세머들은 일반 여자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매일 수 많은 남자들이 내 엉덩이 밑에 한 번 깔려보겠다고,
돈다발을 들고 찾아왔다.


글쎄, 내가 꿈꾸던 여자가 되기 위해서 남자로 사는 것은 포기했지만,
아버지 말씀대로 잘난 놈들을 밑에 두고 부리는 사람은 되었으니
기대하신 것의 절반만큼은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시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