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7일 화요일

Kick the Ball!


흠.. 이모님도 원래 몸을 보면
드리블 잘 하실 것 같은데
그거랑은 너무 다른 드리블인가..? ;)

2019년 12월 1일 일요일

Why Not Both?

배움에 나이가 없듯이
자지달린 계집년이 되는 것에도 '늦은 나이'란 없습니다.

지금 시작하세요!

2019년 11월 27일 수요일

Shared Gifts

(Original Caption: http://samdesav123.blogspot.com/)
사진을 클릭해도 글씨가 작아 안 보이시는 분들은
우클릭 후 새 탭에서 '링크' 열기를 하시면
돋보기 기능을 활용해 원본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2019년 11월 23일 토요일

Isn't it Weird?

















"오늘 찾아뵌 건 다름이 아니고.."
"네, 선생님. 편하게 말씀하세요."
"뭐랄까.. 요즘 아이들이 좀 달라.. 진 것 같아서요."

"달라지다니요?"
"음.. 일단 화장을 하고 학교에 온다던가. 머리를 기른다던가.."
"후훗~. 한창 유행에 민감할 때니까요. 더구나 요즘 화장이 뭐
 여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잖아요?"

"예.. 뭐. 그건 그렇다고 해도. 참, 엊그저껜 갑자기 육상부를 그만두고
발레를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아시다시피 테드랑 제이 둘 다
체육 장학금까지 받을만큼 잘 했었잖아요. 흥미도 있어했고.. 그런데.."

"네, 알고 있어요. 이번 학기 시작하기 전에 저한테 와서 물어보더군요.
저도 아이들이 잘 하던 걸 갑자기 그만둔다니 아쉽기도 했지만,
뭐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진로를 찾아 보자고 하는게
특별 활동이니까요. 게다가 둘 다 처음 발레복을 입어보고는 어찌나 기뻐하던지
도저히 하지말라곤 못 하겠더라구요."

"아니, 이상하지 않으세요? 갑자기 남자애들이.."

"선생님.. 설마 또 틀에 박힌 성역할 이야길 하려는 건 아니시겠죠?
 전 제 아들들이 무얼 하든.."

"아, 네. 죄송합니다.. 저는 다만.."

그린우드 선생은 말문이 막혔다.
'아니 이게 이상하지 않다고? 멀쩡하던 남자애들이
방학이 지나고 나니 무슨 계집애들마냥 하고 다니는게?
저길 보라구! 봐봐, 마치.... 어?!'

멍하니 거실 쇼파에 앉아 있던 '형제'들을 쳐다보던 선생의 눈이
튀어 나올 정도로 커졌다.

"저 저저.. 저길 보세요! 저래도 이상하지 않다는 건가요?"
"무얼 말씀하시는거죠?"
"아니, 뭐 그게 바람직하다는 건 아니지만, 매일같이 눈만 마주치면
다투고 싸우던 아이들이 지금 저렇게! 예? 저렇게 다정하게
기대는 것도 모자라 서로 막 막 사랑스럽게 어루만지고 있잖아요!"

"좋지 않나요? 가족끼린 서로 사랑하고 아껴줘야죠."

차분한 목소리에 그제야 선생은 조금 격앙된 감정을 추스리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너무 급격한 변화라.. 어떻게 된 영문인지."

"..하는 수 없네요. 네, 말씀 드릴게요. 사실 선생님 말씀대로
 아이들이 커가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고 다투고.. 그게 참 고민이었어요."
"네.. 그랬죠."
"그런데 몇 달전, 아내가 일하는 병원의 심리 상담사 한 분이 어떤
 프로그램을 소개시켜 주셨어요."
"..네?"

선생은 말에서 잠시 위화감을 느꼈지만, 이어지는 말에 다시 귀를 기울였다.

"누군지는 중요한게 아니고.. 아무튼, 반신반의하긴 했지만 어떻게 좀
 터놓고 이야기라도 같이 해보면 좋을거 같아 아이들을 데려갔죠.
 그런데 그 상담 프로그램이란게 제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본격적이더군요."
"본격적.. 이란 것은?"

"그 선생님의 말인즉, 남성호르몬이 문제라고 하더군요. 호르몬 분비가
 주체가 안 될 시기라 공격적이 되고 사사건건 경쟁하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약물을 통해 안정적으로 '조정'해주면 한결 좋아질 거라고.."

"..자..잠깐만요. 그건 설마.."
"네, 쉽게 말하면 지난 4주동안 아이들의 몸 속에 남아있던 '남성성'은
 확실하게 제거 되었어요. 그런 나쁜게 아이들을 완전히 지배하기 전에
 발견하고 상담사에게 찾아간게 다행이었죠."

"아.. 아니 그건 나쁜게 아니라 자연스러운거죠! 그리고 지금 말씀은
 아이들을 강제로 '성전환' 했다는 거잖아요?  이건 결코 가볍게.."
"강제요? 강제라뇨 선생님. 아이들을 보세요. 저렇게 좋아하는 걸요?
 게다가 이건 성전환이 아니에요. 몸 속에서 남성호르몬이라는 독기를 빼준거죠.
 보세요. 매일 싸우기만 아이들이 이젠 한시도 떨어지려고 하질 않는다니까요?
 가끔은 형제간의 우애가 조금 지나칠 때도 있지만요. 후훗~."

선생은 당황스러운 낯빛으로 고개를 떨궜다.
'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 집구석은.. 이건 아동보호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그래도 이건.. 혹시 부군께서는 언제쯤 돌아오시나요?
 아이들 아버님도 이 일을 알고 계시는지 이야길 들어 봐야만 되겠어요."

"네? 아버님이라뇨? 여태 저랑 이야기 하셨잖아요?"
"설마 이런 중요한 문제를 어머님 혼자 결정하셨다는 건가요?
 아버님은 모르고 계시구요? 안되겠네요. 교사로서 이 문제는"
"아니, 그게 아니에요, 선생님..."

그린우드 선생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번엔 또 무슨 미친 소릴 하려나
맞은 편에 앉은 부인을 지켜보았다. 여차하면 아동보호국에 신고를 할
요량으로 핸드폰을 찾아 가방을 뒤적였다. 하지만, 맞은 편의 여인은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들고 있던 찻잔을 아주 느긋하고 우아한
동작으로 내려놓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아이들의 아빠거든요. 혹시 아이들 엄마를 만나보고 싶으신 거라면
 걱정마세요. 곧 올 시간이니까.."

"... 네?"

가방을 뒤지던 선생의 손길이 멈췄다. 손만이 아니다. 귀를 의심케 하는
황당한 소리에 선생은 그대로 조각상이 되어 그 황당한 소리를 한 인간을
쳐다보았다.

5~60년대 주부들한테나 유행했을 법한 저 고색창연한 머리모양 하며,
어디 근사한 곳에 외출이라도 할 모양이었는지 완벽하게 세팅된 메이크업.
거기에 무엇보다 파스텔톤의 홈드레스를 안쪽에서 빵빵하게 지탱하고 있는
저 풍만한 젖가슴까지!! 이 여자가 '아빠'.. 라고?

"아... 그럼. 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선생을 안쓰럽게 쳐다보던 그는
얼른 그 의문을 해결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프로그램에 저도 참여했거든요. 아이들한테 효과가 있는거 같아서
 저도 아내와의 관계를 좀 개선해 볼까 싶어 같이 받게 되었어요.
 아빠랑 함게 하면 아이들도 좀 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아니 그러니까.. 남편분.. 아니, 아내분도 알고 계시다는거죠?"

"네, 그럼요. 아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오늘도 올 때 새로운 '장난감'을
 사온다고 밤에 같이 써보자고.. 아이참, 내 정신좀 봐.
 선생님 앞에서 무슨 소릴.. 호호호홋~."

"아.. 아뇨.. 괜찮습..니다."

형제가 자매가 된다. 그리고 그 부모는 레즈비언 부부로.. 아직까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린우드 선생은 차차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아이들도 만족하고 부부도 동의 하는데야
자신이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성전환한 레즈비언 부부가
아이들을 망쳐놨다고 고발할 것인가? 요즘같아선 차별적인 발언이라고
되려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올 공산이 컸다. 다만 저.. 유달리 깊어보이는
'형제애'에 관해선 좀 더 이야길 해 봐야겠지만..

지금은 아예 뒤에서 끌어안고 목덜미에 입술을 쪽쪽거리고 있는데,

저건 좀 이상한거 맞잖아!!

2019년 11월 12일 화요일

2019년 11월 11일 월요일

New Dress Code

(Original Comics: https://www.deviantart.com/kannelart/)

규정을 바꿀 수 없다면, 사람을 바꾸면 된다!
이로써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해 졌습니다..😍

우클릭 후 새탭으로 링크열기 하시면
돋보기 기능을 사용해 원본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2019년 8월 24일 토요일

Venus Flower


해변을 거닐던 스테파니는 우연히 물 위에 떠밀려 온 노란 꽃 한송이를 발견했다. 놀란 얼굴로 그 꽃을 집어든 그녀는 그러나 금새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되었다.
아, 이 꽃 덕분에 그녀의 인생이 몇 년간 얼마나 극적으로 변했는지..

그 때도 이 섬에서 같은 해변가를 거닐던 중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의 이름이 스테파니가 아니라 '스티브'였을 뿐. 그 때도 파도에 떠밀려 온 꽃을 발견하곤 바닷가에 웬 꽃인가 싶어 주웠었다.

꽃에선 뭐라 설명하기 힘든 이국적인 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스티브는 여자친구에게 보여주려고 꽃을 숙소로 가져갔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현지인들이 '여신의 꽃'이라고 부르는 그 꽃이 어떻게 그의 인생을 뒤바꿔 놓을지..

막 호텔로 돌아왔을 때 그는 마치 독감에라도 걸린 것처럼 열이 나고 무기력한 감각에 빠져들었다. 빈 병에 물을 담아 꽃을 꽂아 놓고는 여자친구를 기다리는데, 아무래도 그녀는 아직 해변에서 돌아올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스티브는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견디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스티브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잠이 깼다.
그의 여자친구가 자신을 가리키며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몸을 일으키려는데, 시야에 들어오는 광경이 자못 심상치 않았다. 아찔하게 솟아오른 두 봉우리와 그 사이로 흘려내리는 금발의 머리카락. 얼마 간의 소동과 현지 출신 호텔 지배인의 설명 끝에 두 사람은 겨우 사태를 파악하고 진정할 수 있었다.

지배인은 일단 얼른 꽃을 가져오라고 했다.
아직 꽃이 시들지 않았다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침실로 돌아갔을때 병에 꽂아둔 꽃은 이미 일주일은 지난 듯 시들어버린 뒤였다. 따라 들어온 지배인은 난처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 꽃은 마법같은 향기와 특성으로도 유명하지만 발견하기 힘든 것으로 더 유명하다는 것이었다.

별수없이 돌아간 뒤에도 스티브는 몇 번씩 섬으로 돌아와 혹시 꽃이 있을까 해변가를 뒤지곤 했지만, 점점 변해버린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연인인 사라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점점 데면데면해가던 둘의 사이는 어느 날 스티브가 원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한 시도를 그만두고 '스테파니'로 살겠다고 선언하자 결국 종언을 고했다.

연인관계는 그렇게 끝이났지만, 다행이 한 달만에 복귀한 그의 직장에선 여자가 되어 돌아온 그를 기꺼이 받아들여 주었다. 물론 꽃 때문에 변했다는 이야긴 적당히 해외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식으로 바꿔야 했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놀라우리만치 아름답게 변했다고, 그동안 숨기고 사느라 고생했다고 격려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여성으로서의 새로운 일상에 익숙해져 갈 즈음, 스테파니는 문득 그 섬에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름 휴가. 그녀는 다시 섬을 찾았다. 이번엔 이전처럼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여신의 꽃을 찾아 해변가를 뒤지지 않았다. 그저 불행한 결말로 끝난 그때의 기억을 새로운 추억으로 채워넣고 싶을 따름이었다.

그러다 그녀의 눈에 띄게 된 것이다. 파도에 실려 온 노란 꽃.
다시금 그 오묘한 향기를 깊게 들이 마시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는 향기를 맡는 대신 오랫동안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그 꽃을 바라보다 인기척을 느끼고는 눈을 돌렸다. 함께 온 그녀의 예비 신랑이었다.

"와~. 무슨 꽃이야?"

스테파니는 남자에게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자긴 모를거야. 이 꽃이 얼마나.."

"응..?"

"아냐. 어우 춥다. 자기야 좀 쌀쌀해진거 같지 않아? 우리 얼른 들어가자."

스테파니는 행여나 꽃향기가 남자에게 닿을까 황급이 물가에 꽃을 던져 놓고는 얼른 그의 팔짱을 꼈다.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건 겨우 다시 찾은 행복을 소중히 지켜내는 것. 지나간 미련 때문에 또다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만큼 그녀는 멍청하지 않았다.

그녀가 남자의 등을 떠미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꽃은 파도에 실려 멀리멀리 사라져갔다.

------------------------------------------------------------------------------

(Original Caption: http://michellescaps.blogspot.com/)

2019년 8월 2일 금요일

Seats for Pregnant Women


“아찻차차~!”

지하철 문이 막 닫힐 쯤, 서류가방을 든 손이 먼저 쑤욱 들어오더니 이내 젊은 회사원 하나가 솜씨좋게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남자. 남자는 꽤나 지친듯 잠시 숨을 고르더니 빈자리가 눈에 띄자 얼른 다가가 털썩 주저 앉았다.

‘차가 빨리 공장에서 나와야 이 고생을 안 하지. 휘유~’

겉옷을 벗어 무릎 위 가방에 포개어 놓는 남자. 핸드폰을 꺼내 스케쥴을 확인하던 중 문득 께름직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노선도를 확인하는척 슬쩍 시선을 돌려 주위를 훑어 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한자리 옆 오른편에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여자 둘이 서있었는데, 이쪽을 흘끔거리는 표정이 영 떨떠름 한 것이 아닌가.

'뭐야. 왜..’

남자는 뭐라도 묻었나 싶어 다시 시선을 내려 옷매무새 등을 살펴보는데,
아뿔싸, 자신이 앉은 자리만 유난히 분홍색의 시트인 것이 눈에 띄었다.

'아.. 임산부 배려석인가 뭔가 그건가..’

머쓱해진 기분에 자리를 옮길까 싶었지만, 역을 지나면서 슬슬 사람이 들어차 일어나면 내내 서서가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남자는 일어나려던 것을 멈추고 도로 몸을 기대었다.

'에라~. 어차피 지금 누가 서있는 것도 아닌데, 앉아 있다가 오면 양보해 주면 되지. ’

다음 거래처에서 녹초가 된 모습을 보일 순 없었기에 남자에겐 어쨌든 지하철을 타고 가는 지금, 잠깐의 휴식이 절실했다.

'아니 같은 돈 내고 탔는데 빈자리에 앉는 것도 눈치 봐야되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남자의 머쓱했던 기분은 공연히 자신을 흘깃 거리던 여학생에 대한 괘씸함으로 바뀌었다.

요즘 특히 젊은 여자들 중에 극성인 인간들이 있다는데, 괜히 자신도 사진같은게 찍혀 인터넷에 나돌아다니는게 아닌가 다시 여학생쪽을 돌아봤다. 다행인지 탐탁치 않은 표정이었던 여학생은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을 따름이었다.

아직도 영 개운치 않았지만, 남자는 애써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래 잘 보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임산부 같은 사람이 근처에 보이거든 비켜줘야지..’

생각은 그렇게 했건만.. 단조롭게 이어지는 인터넷 페이지들을 기계적으로 스크롤 하다보니 남자의 눈꺼풀도 어느새 스르륵 피곤으로 감겨왔다.

'으흐흐음…’

그 잠깐 사이에 선 잠이 들었던 것일까. 남자는 나른한 기운에 감싸여 꿈속을 해매었다. 엄마로 보이는 아리따운 여성이 어린 아이와 함께 볕이 잘 드는 공원에서 한가로이 늦은 오후를 보내고 있는 꿈이었다. 이상스러운 건 생전 본적 없는 여성임에도 왠지 낯설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아함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 하며 사랑스럽게 아이를 바라보는 저 눈빛.. 많이 익숙한 느낌이었다.

꿈속에서 여자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남자는 문득 자신이 여자를 바라보고 있는게 아니라 여자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풀밭에 앉아 장난을 치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는데, 어깨쪽으로 따라올라가 보니 다름 아닌 자신에게서 뻗어 나온 팔이 아닌가..

’…이게 대체….’

이상한 일은 꿈 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팔걸이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잠들어 있던 남자의 몸에도 기묘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최초엔 자다가 찬 기운을 느낀것처럼 작은 떨림이 보이더니 몸을 뒤척일 때마다 뚜렷한 변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왁스를 발라 깔끔하게 빗어넘긴 짧은 머리가 쑥쑥 자라나더니 목덜미를 덮기 시작했고, 금새 자연스러운 웨이브 펌이 들어간 머리채가 어깨 밑으로 드리워졌다. 머리색도 군데군데 밝은 갈색으로 옅어지자 영락없이, 브리지를 넣은 여성의 긴 머리카락이었다.

머리채에 감싸인 남자의 얼굴도 변해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탁한 빛이 돌던 피부톤이 밝아지기 시작했고, 조금 살이 붙은 각진턱은 갸름한 U자형으로, 콧망울과 콧잔등 또한 볼륨을 줄여 갸녀린 선으로 변해갔다. 또한 얼굴형만 바뀐 것이 아니라 어느새 풍성해진 속눈썹은 물론, 눈 주위도 옅은 화장까지 입혀진 상태로 변해 있었다.

'흐으응~’

아직 꿈 속인 남자가 얼굴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자극을 느꼈는지 몸을 뒤척이는데 방금 전보다 훨씬 가벼운 톤의 비음이 흘러 나왔다. 남자의 얼굴을 완전히 30대 초반 즈음의 여성으로 바꿔놓은 그 무언가가 그의 목도 가늘고 긴 여성스러운 목으로 빚어 놓은 탓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마법같은 변화는 어깨를 타고 아래로 번져 나갔다.

최근 살이 쪄 조금 작은 와이셔츠를 꽉 채우고 있던 어깨와 팔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이내 소매 안에서 헐렁함 까지 느껴질 정도 가늘어졌다. 그리고 소매 끝에는 남자의 꿈속에서 본 바로 그 하얗고 가는 손가락이 뻗어나왔다. 가늘어 진것은 몸통도 마찬가지였는데, 전체적으로 체구가 두 치수 정도 줄어 든 듯 아까까지 좌석을 꽉 채웠던 커다란 등판은 어디가고 이젠 앉아있는 의자의 등쪽 분홍색 시트가 널럴하게 보일 정도로 호리호리한 체형이 되어 있었다.

다만 가늘어지지 않은 곳은 이제는 남자 라고 부르기도 어색한 그의 둔부와 허벅지였다.
매일 발이 닳도록 영업을 다니느라 단련된 허벅지가 바지 속에서 조금 부푸는가 싶더니 마치 바람 넣는 막대풍선처럼 바지 안을 꽉 채워가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했던 허벅다리가 배흘림 기둥같이 유려한 곡선으로 바뀌어가는 동안 그의 엉덩이 또한 쿠션처럼 살이 붙기 시작해 때마침 얄쌍하게 가늘어진 허리와 아찔한 대비를 만들어 내었다.

다리를 쭉 훑어내려오며 잔뜩 여성적인 볼륨감을 만들어내던 그의 변신은 발목께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저 통통한 하체를 어찌 버틸까 싶을정도로 가늘어지더니 이내 발도 작아졌는지 꼰 다리의 발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던 구두의 뒷꿈치가 턱하고 빠져나와 덜렁거렸다.

남자는.. 아니 이젠 여자라고 칭하는 수밖에 없어보였다. 여자의 몸에 걸쳐져있는 옷은 아직 '그녀'가 아침에 입고 나왔을 와이셔츠에 정장바지 차림새 그대로였지만, 이제는 마치 남의 옷을 입은듯 어색해 보였다. 조금 밋밋한 가슴쪽을 제외한다면 영락없이 장난삼아 남자친구나 남편의 옷을 빼앗아 입은 여인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약간의 어색함을 감지하기라도 한 것인지 남자를 여자로 바꿔놓은 변화는 다시금 위로 올라와 작업을 이어나갔다.

이번에 변하기 시작한 곳은 바로 밋밋해 보였던 상체쪽이었다.
아직 잠이 덜 깬 그..녀.. 가 크게 심호흡이라도 한 듯 셔츠의 가슴 부분이 들썩이나 싶더니 그 약간의 융기는 그대로 살덩이가 되어 셔츠안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둥그렇고 말랑한 살덩이가 셔츠 안을 비좁게 채워나가자 결국 그 첨단에 딱딱하게 솟은 유두가 이따끔씩 얇은 런닝과 와이셔츠의 천 위로 비쳐 보였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배가 가슴 이상으로 커다랗게 부풀기 시작했다. 마치 남자에서 여자로 변하는 동안 몸 안으로 줄어들었던 것들이 다 그리로 모여 부풀어 오르는 듯한 인상이었다. 마치 임신한..

아닌게 아니라 늘씬하게 변한 여자의 몸에 어울리지 않게 잔뜩 부푼 배는 영락없는 임산부의 배였다. 그것도 곧 산달이 임박한 만삭의 임산부였다.

이 황당한 변화에도 더욱 놀라운 것은 주위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눈앞에서 멀쩡한 남자가 임신한 여자로 변해가는 것을 보고도 사람들은 잠시 눈길을 줄 뿐 이내 흔하게 보던 일인 양, 다시 각자 들고 있던 핸드폰이나 책, 신문등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특히나 남자가 막 자리에 앉았을때 아니 꼬운 표정으로 이쪽을 보던 여학생 일행은 이제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흐뭇한 미소까지 띄우며 임산부로 변한 남자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미 남자를 임산부로 완벽히 바꿔놓은 기묘한 변화는 제 할일을 마친것 같았지만, 여학생들은 그게 아닌것 같았다. 속닥이는 것을 들어보니 뭔가 더 기대하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이번엔 발끝부터였다. 발끝에 겨우 걸려있던 검은색 구두의 형태가 조금 흐물흐물해 지는 것 같더니 점차 작아진 발에 꼭맞는 낮은굽의 웨지힐로 바뀌어갔다. 뿐만이 아니었다. 회색 양말은 점점 투명해지다가 커피색의 스타킹으로 변해 가느다란 발목을 그대로 감싸고 타고 오르기 시작했고, 동시에 바짓단도 스타킹을 따라 올라가며 위로 짧아지기 시작했다.

무릎위까지 점점 짧아지던 바짓단은 어느샌가 가랑이가 붙어 마치 치마처럼 모양이 바뀌어갔다. 몸매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H라인의 스커트로 바뀌는 통에 살이 오른 통통한 허벅지가 더욱 돋보였다. 또한 와이셔츠도 '바지였던’ 스커트와 하나로 이어지고 군청색으로 물이 들자 평범헀던 셔츠 정장은 잠깐사이에  영락없이 원피스가 되어버렸다. 늘씬한 옆라인을 살리면서도 불룩한 만삭의 배를 편안하게 감싸는 디자인의 세련된 임부복이었다.

아까부터 이쪽을 쳐다보던 여학생들이 기다린게 이것인듯 옷이 너무 이쁘다는 둥 서로 호들갑이었다. 그 떠드는 소리 때문이었을까? 쉽사리 선잠에서 깨지 못하던 남자, 아니 여자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뗐다.

'아… 머리야..’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조금 찌푸린 얼굴.. 무의식적으로 출입문 위 안내방송이 나오는 모니터를 쳐다보던 여자는 그러나 잠시후 자신의 불룩한 배를 내려다 보고는 뭔가 중요한 걸 잊은 듯 넋이 나간 표정이 되었다.

지하철이 역에 정차하자 또 다시 사람들이 내리고 타고.. 마침 비어있던 그녀의 옆자리에도 몸놀림이 잽싼 중년의 아주머니 한 분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여전히 멍한 표정이던 여자를 쓱 한번 훑어보는데, 불룩하게 나온 배를 보곤 아줌마들 특유의 붙임성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어휴, 앞에서 얼핏 볼땐 늘씬해서 아가씬줄 알았는데, 한참 조심해야 할 때네. 몇개월이에요? 7개월? 8개월?”

“…네?”

마지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공허한 눈으로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는 그녀.
그녀의 머릿속은 몇개월은 커녕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기억조차 온데간데 없이 아득히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웬 아줌마가 고개를 갸웃하며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캐물어 오지만 생각나는건 없고, 여자는 난처해 죽을 지경이었다.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다행이 며칠 전에 바꾼 그 벨소리 만큼은 기억이 났다. 여자는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 싶어 양해를 구하고는 얼른 가방을 뒤적여 핸드폰을 꺼냈다. 분명 자신의 손에 들려있지만 낯선 가방. 다행이 핸드폰은 어렵지 않게 찾을수 있었다.

'달칵~’

습관처럼 잠긴 것을 풀고 메시지를 확인해보는데 처음보는 번호였다. 평소라면 보지도 않고 지웠겠지만, 그녀는 더 귀찮은 옆자리의 상황을 잠시라도 피하기 위해 방금 온 메시지를 터치했다.

그 순간…


여자의 눈에 쏘아져 들어오는 어지러운 불빛들..
일종의 최면술이라도 거는듯, 아니 일종의 시각화된 데이터를 전송이라도 하려는 듯 강렬하게 번쩍이는 불규칙한 패턴들이 그녀의 망막을 찔러 들어왔다. 실로 잠깐의 시간이었다.

이윽고 번쩍거리던 그 몇초의 찰나가 지나자 멍하니 화면을 쳐다보던 여자의 머릿 속엔 새로운 정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새댁. 새댁! 괜찮아?”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다독이는 손길. 꺼진 핸드폰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여자는 그제야 정신이 든 듯 오른쪽을 돌아다 보았다.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아주머니를 발견하자 그녀의 얼굴엔 예의발라 보이는 미소가 번졌다. 아까까지 멍했던 표정과는 다른 생기가 도는 얼굴이었다.

“어머, 죄송해요. 제가 깜빡 딴 생각을 했나봐요.. 호호호..”

게다가 살갑게 말까지 건내는 여자.

“몇개월이냐고 하셨죠? 오늘로 8개월 째에요. 오늘은 그래서 정기검진 받으러 가는 중이구요.”

“어이구, 그래요? 하여튼 조심해야 돼. 요즘 젊은 엄마들 임신중에도 너무 맵시 챙긴다고 다이어트 같은거 하고 그러던데 엄마 될 사람이 그러면 위험해.”

“어휴 다이어트는요. 병원에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출산할 때 편하다고 해서 요가랑 운동 몇가지 하고 있어요.”

방금 전까지의 당혹스러워 보였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되려 여자는 옆자리의 중년 여인과 수다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사실 여자도 수다는 떨고 있지만, 방금 전 잠시 멍했던 일이 기억에서 맴돌았다. 뭐 때문이었을까.. 아마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일거라 그녀는 적당히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역은 OO. OO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어머, 벌써..”

“응? 왜 새댁? 내릴역이야?”

“네. 정신없이 이야기 하다보니 어느새..”

“어휴, 그래 새댁 조심하고 계단으로 가지말고 엘레베이터 타.”

“ㅎㅎㅎ.. 네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안전바를 잡고 무겁게 몸을 일으키는 그녀. 이윽고 전철이 플래폼에 정차하자 문 앞에 서있던 여자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지하철에서 내려 발걸음을 옮겼다.

'아 잠깐..’

몇 걸음을 걷던 여자는 발걸음을 멈췄다. 짐짓 심각한 표정이 되었지만 별건 아니었다. 다만 문득 병원으로 나가는 쪽이 어딘지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방을 열고 핸드폰을 꺼내 방금 전에 봤던 진료안내 문자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김희연님 진료예약 17일 금요일 2시. OO병원. 오시는 길은…’

지하철에서 봤던 정체불명의 영상은 어느새 친절한 진료안내문자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 4번출구 였지. 나 참, 요새 정말 깜박깜박 한다니까..’

여자는 잠시 기억이 나지 않던 자신을 자책했으나 이내 다시 가방을 어깨에 매고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철에서 조금 혼란스러운 일이 있긴 했지만, 중요한 날이니 만큼 깊이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이윽고 엘레베이터가 도착했고, 여자가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사람들이 조금씩 벽으로 물러나 그녀가 들어올만한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여자는 가벼운 미소로 답례를 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개찰구가 있는 층으로 올라가는 중, 문 왼편의 작은 모니터에서는 공익광고 따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새롭게 강화된 임산부 배려석 정책이 찾아갑니다. - 서울특별시’

내용인 즉슨, 얼마 전까지 말이 많았던 임산부 배려석 제도를 대대로 정비해 양보하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놨고, 지난달부터 성공적으로 시행해 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어찌된 일인지 이 정책 덕분에 출산율도 한 달 새 5%나 늘었다는 보도자료도 첨부하고 있었다.

여자는 자리 양보가 그렇게 눈에 띄는 출산율의 증가로 연결되는 것이 조금 믿기 힘들었지만, 덕분에 지하철은 편안히 타고 왔으니 어쨌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자신의 불룩한 배 쪽으로 가만히 손을 가져가 쓰다듬어 보았다. 다만 아이가 건강하길..

10여분 전,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탓으로 졸지에 임산부가 된 여자의 머릿속엔 오로지 그 생각 뿐이었다.


----------------------------------------------------------------------------------------
전에 텀블러에 썼던 것을 옮겨와 봤습니다.

2019년 5월 12일 일요일

Ryu's Heart of Battle

(Original Comics: https://www.deviantart.com/kannelart/)

격투바보 류의 성격이 잘 드러난
단편만화가 있어서 한번 번역해 봤습니다.
우클릭 후 새탭으로 링크열기 하시면
돋보기 기능을 사용해서 풀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What a View!


To Lose is To Win

엣헴! 지는 게 이기는 거다~~ 이 말이야.

2019년 5월 6일 월요일

2019년 5월 5일 일요일

Magic Bikini Party

"션, 지금 삼촌 왔는데 정말 같이 안 나갈거니?"

"됐어요, 아빠."

션은 한창 TV속 게임화면에 빠져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쳐다보지도 않은채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왜? 같이 가면 재미있을텐데, 삼촌도 오랜만에 너 보려고 일부러 찾아 온 거고."

"에~. 됐어요. 낚시하러 가시는거 아니에요? 어차피 전 가봤자 물고기 잡지도 못할 테고, 거긴 인터넷도 안 터지잖아요."

"얘, 션. 설마 이 삼촌이 지루하게 낚시여행이나 가자고 휴일에 여기까지 너 보러 왔겠니?"

익숙한 삼촌의 목소리가 아닌 허스키한 여인의 목소리. 
션은 의아한 생각에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고 현관쪽을 돌아봤다.

"..누구... 헛.. 설마!!! 삼촌??!?? 아빠!?!?!?!?"

작은 옷가방을 끌고 안으로 걸어 들어온 건 턱수염이 덥수룩한 삼촌 에디가 아니었다. 
나이를 무색케하는 탄력있는 몸매에 아찔한 비키니만 걸친 매력적인 금발의 중년여성. 션은 그녀의 등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오, 맙소사. 두 분이서 오늘 간다는게 '그 파티' 였어요?"

때마침 분홍색 비키니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이모' 에드나 못지 않은 섹시한 자태의 중년여성으로 변한 댄.. 아니 데니스가 션 쪽으로 하얀꾸러미를 들고 다가오며 대답했다.

"그래 션, 내가 며칠 전에 너 입을 것까지 사다놨다고 이야기 했잖니."

"아.. 난 또 그때 아빠가 그 멍청한 낚시조끼 사왔다는 줄 알고.."

"얘는! 우리끼리 놀러 갈 때는 엄마라고 부르라 그랬지! 그러다 남자들 앞에서 실수한다고.  아무튼 얼른 입어 봐. 네 이모도 오랜만에 우리 예쁜 조카 셜리 얼굴 좀 보자고 오기 전부터 얼마나 기대했는지 몰라."

데니스로부터 하얀색 비키니가 든 파우치를 받아 든 션은 벌써부터 흥분감과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아빠나 삼촌이랑 가는 여행은 매번 최악이었지만, 엄마와 이모랑 함께가는 여행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방 안으로 가지고 갈 것도 없다는 듯 거실에서 훌러덩 훌러덩 옷을 벗어던진 션은 조심스럽게 파우치에서 수영복을 꺼내 팬티부분을 집어들었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막만한 비키니 팬티 안에 다리를 끼워넣자 션의 투실투실한 털복숭이 다리 대신 미끈하게 쭉 뻗은 다리가 빠져나왔다. 마치 지우개라도 된 양 울퉁불퉁한 남자의 다리는 지우고 육감적이고 늘씬한 다리를 아래로 뽑아낸 흰색 비키니 팬티가 이윽고 가랑이 사이에 닿자, 흉측하게 튀어나온 남성의 융기는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밋밋했던 엉덩이와 골반은 밖으로 벌어지며 둥글고 아름다운 여체의 라인이 만들어졌다.

위쪽도 마찬가지였다. 볼썽사납게 붕 떠있던 브라 안으로 조금씩 젖가슴이 공간을 메우며 차오르자 어느새 여성스러운 얼굴로 변한 션 아니 셜리의 입가에도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후훗-. 그렇게 좋아할 거면서 빼기는.."

"아이 참. 그건 엄마가 '비키니 파티'라는 말을 확실히 안해서 그런거구요. 아 근데 또 저번처럼 거기 '여자'들만 득실거리는건 아니겠죠? 작년에도 엄마랑 이모랑 몇 안되는 남자들 서로 찜했다고 싸우는 바람에 이틀만에 돌아왔잖아요!

"걱정마 셜리. 수영복 사러 갔을때 보니 올해부턴 여자들을 위한 트렁크나 브리프 형태 수영복도 팔던데? 여자들끼리 와서 사가는 사람도 몇몇 봤어."

"히힛-. 그럼 올해는 눈요기 몸요기 실컷하다가 오는거야?"

"어휴! 얘는 엄마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아 몰라. 진짜 작년에 한 번 갔다 오고 일 년 동안 얼마나 그리웠다구."

"그래 그래 얼른 챙겨라. 네 '엄마'한테는 낚시여행 간다고 해놨으니까 돌아와서 들키기 전에 얼른 출발해야 돼."

"네! 사모님~~! ㅎㅎ."

---------------------------------------------------------------------------

예전에 텀블러에 올렸던 걸 조금 고쳐 봤습니다.

A Blessing in Disguise


"야 이새꺄! 너 뭔 짓한거야! 내 몸 원래대로 돌려놔!"

"커흑- 켁- 섀런. 자.. 잠시만 진정하고! 나도 지금 뭐가 뭔지.."

갑작스레 '내 몸'으로 집에 쳐들어와 벽으로 밀쳐대는 통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사실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뭐가 뭔지 모르긴 왜 몰라. 후훗-. 니 년이 위자료랍시고 날 탈탈 털어갔는데 그럼 내가 가만히 있을줄 알았어?'

좋게 헤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섀런은 이미 내 재산을 가로챌 요량으로 변호사와 진즉부터  이혼의 빌미를 떠넘길 껀수만 찾고 있었고, 가끔씩 소소하게 즐기던 내 포커 이력을 도박문제라고 크게 부풀려 걸고 넘어졌다.

그런 다음은 뭐 예정된 수순이었다. 철저하게 몇 달간 준비를 해온 쪽과 부랴부랴 포커판에서 만난 싸구려 변호사놈에게 변호를 맡긴 쪽의 차이. 결국 난 약간의 현금을 제외한 모든 재산과 살던 집까지 그녀에게 빼앗긴 채 알거지 신세로 쫓겨나야만 했다.


"니가 모르면 누가 알아! 너 말고 이런 짓 할 인간이 더 있어!?"

"아니 정말 나도 모르겠다니까. 진짜 일단 진정좀 해! 당신 자꾸 이렇게 위협적으로 나오면 경찰 부를꺼야?!"

"뭐? 경찰?"

"흐음.. 설마 당신, 자기가 나한테 접근금지명령 신청해놓고 그새 까먹은 건 아니겠지?"

씩씩거리던 얼굴에 순간 당혹감이 비치더니 이내 낭패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여간 고소한게 아니었지만 나는 애써 즐거움을 감췄다.

말 그대로 난 거의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알거지 상태로 쫓겨났지만, 한 가지 가지고 있던게 있었다. 포커판에서 왠 꼬부랑 영감탱이에게 도박 빚 대신 받은 요상하게 생긴 돌맹이 하나. 사실 소원을 들어주는 돌이라는 말에도 늙은이 헛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그깟 푼돈 받은셈 치고 빨리 보내자 하는 생각에 받아 둔 물건이었다.

그리고 어젯밤에도  진지하게 소원을 빌었다기 보다 하도 답답한 마음에 돌맹이를 꺼내들고 '그년도 지가 얼마나 날강도 같은 짓을 했는지 내 입장이 되봐야 하는 건데..' 하고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정말로 섀런과 몸이 뒤바뀐게 아닌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내 집, 내 방, 내 침대에서의 아침이었다. 섀런이야 삐걱거리는 싸구려 모텔방에서 나뒹구는 술병들과 함께 깨어났을테니 엄청 성질이 난 채 쳐들어온 것도 이해가 갔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섀런도 어느정도 감정이 가라 앉았는지 내 목덜미를 움켜잡고 있던 손을 내리고 한 걸음 물러났다. 복잡한 심경인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는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자고 일어나보니 그렇게 싫어하던 전남편 몸으로 깨어났는데 얼마나 황당했겠어. 하지만, 쉽게 바꿔줄 생각은 없었다. 위자료로 뜯어낸 걸 도로 좀 토해내겠다면 또 모를까.

".. 당신, 정말이야?"

현관 신발장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있던 섀런이 문득 몸을 일으키며 이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눈높이가 달라지자 새삼 느껴지는 '내 몸'의 위압감.

"으..응. 정말이야. 내가 뭐 마술을 부리는것도 아니고 무슨 수로.."

"흐음.. 하긴. 그런데 그런 황당한 일을 겪은 사람치곤 너무 예쁘게 차려입고 있는거 아냐?"

"..어.. 어?"

묘하게 달라지는 공기의 흐름. 뜨겁게 달아오른 '남자의 시선'이 드레스에 감싸인 내 몸의 굴곡을 훑고 있었다.

"아니, 그게 일단 당신을 만나러 나간다고 해도 당신 몸이니까.. 밖에 나가는데 아무렇게나 하고 나가면 이웃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 그래서 옷장에 있는거 중에 최대한 괜찮은걸로.."

"그래? 흠.. 당신답지 않게 웬일로 그런데까지 신경을 썼네."

"아니 뭐.."

섀런이 의외라는 듯 씨익 미소를 띄우는데, 아까와는 다른 이유로 심장이 두근거려 왔다.

'저 단단하고 각진 턱선에 살짝 그을린 구릿빛 피부.. 헛, 설마 나 지금 '내 얼굴'을 보고 흥분하고 있는건가?'

섀런이 한발자국 다가오자 좁은 현관이 더욱 비좁게 느껴졌다. 숨결마저 닿을 듯한 거리. 나는 어쩐지 얼굴을 똑바로 마주보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그녀는 더욱 번들거리는 시선으로 내 몸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일단 위에 올라가서 차분히 이야기를 좀 해보는게 어때? 지난 밤 있었던 일을 같이 되짚어 보다 보면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음? 아 그래. 이야기. 이야기 해봐야지. 그런데 굳이 이층까지 올라갈 필요가 있을까?"

커다랗고 두툼한 손이 내 허리를 감싸왔다.

'맙소사..'

갑작스러운 신체접촉에 놀라 아래쪽을 쳐다보니 미처 숨길 생각도 못 한 듯 그녀(?)의 바지춤 앞섶이 크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우리가 처음 만나게 된것도 서로 딱 맞아떨어지는 육체의 끌림 때문이었고, 성격이나 생활방식 때문에 많이 싸우긴 했어도 바람핀 적은 없을정도로 섹스에서만큼은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였는데.. 물론 평소라면 이런 심각한 이야기를 할 때는 잠깐의 흥분감 정도는 눌러담아 놓았겠지만, 그녀는 지금 난생 처음 건강한 남자로서의 성적충동을 느껴보는게 아닌가?! 쉽사리 제어가 될 리 없었다.

그리고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섀런처럼 거시기를 커다랗게 세우고 있진 않았지만, 갈수록 가슴이 답답해져오고 나도 모르게 자꾸만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흠, 이렇게 하면 접근금지명령 위반인건가?!"

"꺄악~!"

섀런이 갑자기 붙잡고 있던 내 허리를 잡아 돌리더니 익숙한 손놀림으로 드레스 지퍼를 끄집어 내렸다. 그리고는 다시금 몸을 돌려 두 손으로 나를 번쩍 들어올리는데..


"섀..섀런.."

섀런의 눈이 욕정으로 들들 끓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경험해 보는 남자의 힘과 박력에 도취되어 있는 듯 보였다. 나역시 처음 느껴보는 무력감에 다소 당혹스러우면서도 마치 정복당하는 듯한 야릇한 기분에 휩싸였다.

내 힘으로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남자의 단단한 팔뚝에 구속된 느낌. 허리춤 위에 내 엉덩이를 걸쳐 올려두고 단단히 밀착해오는데 허벅지 안쪽을 타고 뜨겁고 저릿저릿한 느낌이 몰려 들어왔다.

입장은 바뀌었지만 마치 그녀와 처음 밤을 보냈을 때처럼 우린 서로에게 뜨겁게 얽혀 들어갔다. 현관에서 곧 거실로, 그리고 침실로.. 우린 창 밖이 어둑해지도록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조차 잠시 잊은 채 익숙하지만 낯선 몸이 주는 열락과 쾌감을 탐닉했다.

네번째.. 아니 다섯번째 쯤이었을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절정의 사이, 섀런이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내 몸에서 떨어지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섀런에게 어젯밤 그 돌에 소원을 빌고 아무 일도 없길래 홧김에 벽에 집어 던진걸 이야기 해야할까? 깨진 돌로는 바뀐 몸을 되돌릴 수 없을텐데..'

잠시 불안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지만, 어느덧 다시 침대 위로 올라 온 섀런이 땀으로 번들거리는 내 몸 구석구석에 키스를 퍼부어 오자 이내 불안감은 몸 속에 다시금 번지는 불길에 타올라 날아가 버리고 있었다.

돌이 깨진걸 굳이 그녀에게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내 가랑이 사이를 열정적으로 짓쳐올리고 있는 섀런을 보고 있자니 알게 된다고 한들 크게 신경쓸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아~ 섀런. 아니 이젠 사울이라고 불러야 하나? 후훗-.'

오늘 밤이 지나면.. 아마 조금 다른 이야길 시작해 봐야 될 것 같다.

2019년 4월 27일 토요일

Yes, Size Does Matter.

---------------------------------------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만들어봤습니다.
여러분의 운명은 어느 쪽이신가요? :)

2019년 2월 23일 토요일

Secret Operation for Grade 'A'



"우으으으..."

머리의 지끈거림이 좀 가시자 주변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컴퓨터와 서류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있는 작은 액자 속의 사진. 전에 몇 번 들어와 본 그레이튼 교수의 연구실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제서야 느껴지는 가슴팍의 낯선 융기와 치마 안에서 맨다리끼리 스치는 묘한 감각..

"띠리리리링~"

여교수의 몸에 빙의해 성적을 고치자는 말도 안되는 계획이 성공했음을 점점 현실로 체감하게 될 즈음 전화벨이 울렸다.

'아 그렇지 참..!'

분명 내 룸메이트이자 이번 계획을 제안한 테드가 건 전화일 것이다. 자기도 실제로 빙의 마법을 걸어보는 건 처음이라며 혹시 못 깨어날 경우를 대비해 연구실로 확인 전화를 걸기로 했기 때문이다.

"네. 연구실입니다."

나는 녀석을 놀려줄 요량으로 짐짓 진짜 그레이튼 교수인 척 아무일도 없었다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성대에서 빠져나오는 허스키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기분좋게 느껴졌다.

"어... 저기. 그레이튼 교수님.. 연구실.. 맞나요?"

큭큭..  역시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듯 전화를 받자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조금 더 골려주고 싶었지만, 도저히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결국 계획이 성공했노라고 알려주었다.

"와 씨! 진짜? 나도 책에서만 봐서 긴가민가했는데, 좋아좋아. 그럼 학적정보처리 프로그램은 켜져있어?"

난 전화를 받으며 뒤적이던 책상서랍에서 USB 인증키를 발견하고는 테드에게 대답했다.

"걱정마 인증키도 찾았으니까 이제 들어가서 성적만 입력하면 돼. 그런데 참, 이거 빙의가 얼마 있으면 풀리는 거라고 했지?"

"어 그거? 걱정 마. 성적 고치고 전화하면 내가 이쪽에서 바로 풀어줄 테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응?!?"

나는 검은 스타킹에 감싸여 쭉 뻗어나온 다리의 아찔한 광경을 한동안 지긋이 만끽하다 말을 이었다.

"그게.. 교수님의 취향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음.. 뭐라고 해야할까? 많이 도발적이시더라고? 그래서 왠지 좀 다른 비밀도 '연구'해 보고 싶어서 말이야. 궁금한게 있으면 알아낼 때까지 탐구해 봐라. 이게 교수님이 말한 '학자'의 자세 아니겠어? 후후훗~"

"야 너, 설마.."

"네 생각은 어때, 테드? 아무래도 이번 연구엔 '연구 보조'가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지금 이리로 와줄 수 있어? 네 취향이 '나' 같은 지적인 중년 여성이라는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데 설마 이런 기회를 거절하진 않겠지?"

"오 쓋, 그렉. 니 말이 맞긴 한데 난 잘.."

"으흐음. 그게 아니지 테드 학생. 난 지금 그렉이 아니라 교수님이라니까? 교수님께는 어떻게 대답해야 되죠?"

"... 네, 알겠습니다, 미스 그레이튼. 당장 그쪽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전화 너머로 느껴지는 테드 녀석의 반응에서 흥분감과 다급함이 그대로 보여 어쩐지 조금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랐다.

한편으론 내가 먼저 그런 야릇한 제안을 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조금 놀라웠다. 나는 잠깐 그저 여교수님의 몸에 잠시 빙의만 했을 뿐인데, 지금 행동은 누가 봐도 나이든 여성이 젊은 남자애를 희롱하고 즐거워 하는 모양새 아닌가?

여교수의 몸에 빙의한 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두 손이 블라우스 속의 젖가슴과 팬티속의 은밀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이게 그 깐깐해 보였던 교수님이 우리들 같은 젊은 남자애들을 보면서 품었던 본심이란 말인가? 말끔한 정장 안에 이렇게 야한 속옷까지 갖춰입고 매일 밤늦게까지 연구실에 남아선 남자애들을 밑반찬 삼아 외로운 보지를 적셔대고.. 그러고 계셨던겁니까 교수님?

'하아~~.'

빳빳하게 일어선 유두가 아프게 브래지어를 밀어대기 시작하고, 오른손으로 부비적거리던 팬티 속엔 끈적한 습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엔 맹세코, 태어나서 단 한번도 떠올려본 적 없는 생각들이 가득 차올랐다.

'아... 자지.. 젊고 싱싱한 자지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