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0일 월요일

Rented Beach Body


"아, 가기 싫다."

"응?"

"집에 가기 싫어..
그냥 여기서 자기랑 쭉 살면 안 될까?"

"야~. 이젠 자연스럽게 자기라고 하네?"

"장난치지 말구.."

"미안 미안.
난 그냥 일주일 만에 네가,
아니 우리 사이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새삼 실감이 나서."

"응, 일주일이었지..
길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마지막 날이라니."

"어쩔 수 없지. 몸을 빌린게 오늘까지니까."

"남자는 바다를 보고 있는 여자를 한참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기억나? 너 첫 날 남자 몸 남은게 없다고
여자 몸 빌려야 한다고 하니까 막 돌아가겠다는 둥
엄청 싫어했었잖아."

"사실 그럴만 했잖아. 생전 처음 여자 몸으로 일주일을
보내야 된다고 하는데.. 아, 그 때 화장실만 안 갔다왔어도
내가 남자고 자기가 이 몸이었을텐데. 그치?"

"그런 사람치고는 첫 날부터 대단했었지 아마?"

"야!! 그건 술 마시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런거잖아!"

"아! 야 그만 그만..! 알았어 알았어. 꼬신건 너지만
아무튼 내가 잘못했어. 됐지?"


"하여튼.. 뭐, 근데 사실 생각해 보면 여기서 휴가 보내길
잘했다 싶어. 평생 말 한번 못 붙여 볼 여자로 살아보면서
쏟아지는 시선을 느껴보는 것도 썩 괜찮았고.."

"하긴 다들 엄청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더라.
후훗~ 왜 아니겠어. 저 놈은 뭔 복을 타고나서
저렇게 예쁜 애인을 끼고 다니나 했겠지."

남자는 선베드에 몸을 뉘이며 농담조로 말을 건냈지만,
여자는 자못 진지한 얼굴로 조금 망설이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뭐, 그것도 이제 오늘이 마지막이지.
암튼 너랑 보낸 일주일. 기대이상으로 너무 즐거웠어.
다른 남자에게 사랑 받는다는 거. 징그러울 줄 알았는데
너여서 그랬는지 기분 좋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너랑 다시
친구로 돌아가야 한다는게 너무 안타깝기도 해."

조심스레 진심을 내비치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실은 나도 마찬가지야. 너와 같이 보낸 일주일이
요 근래에 가장 행복했던 일주일이었던 것 같아.
이런 말 하긴 쑥쓰럽지만,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신혼여행이라도 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어.
넌 어때? 그런 느낌 든적 없었어? 문득 문득 우리가 친구로 지내던 시절이
오히려 아주 먼 옛날처럼, 남 이야기 처럼 느껴졌던 적."

"응.. 나도 말한 적은 없었지만,
네가 친구로 느껴졌다면, 너랑... 하진 않았겠지.."

"나는 자꾸 이게 몸이 바뀌면서 생긴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서로에게 끌리는 남자와 여자로서..
우리 사이는 이게 맞는게 아닐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남자와 여자의 가슴은 여느 때보다도
빠르게 두근 거렸지만, 달아오르던 얼굴엔
이내 불안감의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그럼, 이제 우리 어떻게 하지?
내일 몸 반납하러 가지 말고 확 도망이라도 칠까?"

"뭐? 글쎄.. 좋은 생각이긴 한데, 아마 걔들이 금방 쫓아올 거야.
제공자들은 자기 몸을 빌려주기 전에 몸 안에 칩 같은걸 심어 놓으니까."

"그럼 어떡해.. 난 정말 이대로가 좋단 말이야.
너도 남자로 돌아간 나까지 좋아해 주진 않을거 아냐."

"걱정하지 마. 방법을 찾아 볼게.
정 안되면 진짜 같이 도망이라도 치지 뭐."

몸을 반쯤 포게어 누워있던 연인의 시선이 서로에게 향했다.
불안한 감정을 떨쳐 버리려는 듯 남자와 여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인에게 입을 맞추며 서로의 품에 얽혀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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