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5일 토요일

Alibi for the White Panty


"이거 뭐야?"

막 운전석에 앉으려는데 조수석에서 들리는 아내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어있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아내 손에 들려있는 작은 하얀 천조각.

'아.. 설마.'

주말에 아내 몰래 입고 놀다가 다른 옷이랑 세탁하려고 가져온 것을 어디나 흘렸나 했는데 하필이면 시트 사이에 떨어져 있을 줄이야.

차 안에 아내의 굳은 표정만큼이나 딱딱한 공기가 흘렀다. 대답을 요구하는 눈빛. 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체 뭐라고 해야된단 말인가?

남의 것이라고 하면 바람 핀 몹쓸 놈이 될 테고 내가 입었던 것이라고 하면..

'아차!'

뭐라도 변명거릴 댔어야 했는데.. 길어지는 침묵이 짜증이 났는지 결국 아내의 입술이 먼저 말을 뱉어낸다.

"실망이다. 정말."

이젠 늦었다. 모든 것을 알아버린 눈치였다. 온갖 불길한 미래들이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비는 수 밖에..

"미안.. 여보. 내가 자기를 무시해서 그런게 아니고.."

"됐어! 정말.. 내가 한 번 말했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내가 뭐라 그랬어?! 자기한텐 란제리 흰색은 별로 안 어울린다니까!그 때 주말에 나랑 같이 가서 브라부터 팬티 가터 세트로 산거 있잖아! 사준 건 안 입으면서.. 아 속상해 정말."

"아..아니 그게.. 이날은 같이 촬영 온 언니들이랑 웨딩 컨셉으로 사진찍기로 한거라서..
 드레스에 검은 속옷은 좀.. 그렇잖아."

"..웨딩?... 뭐..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해주던가. 괜히 자기 오해했잖어. 어머~. 이게 그 사진이야? ㅎㅎ 우리 자기가 제일 이쁘네? 또 또 넘겨봐봐"

다행이다. 아내가 유달리 내가 여자옷 입을 땐 마치 딸이나 여동생처럼 깐깐하게 골라준 거만 입히려고 고집 부리는게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사진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메이크업 해주신 스탭분께 나중에 작은 케잌이라도 하나 사드려야겠다.

"후훗.. 이거보니 우리 결혼할 때 생각난다. 그 때 내가 자기도 웨딩드레스 입은거 보고 싶다고 우겼더니 엄마랑 아빠가 친척들 중에 사정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여자랑 결혼하는줄 알면 어떡하냐고 뜯어 말렸었잖아."

"그랬었지.. 나도 사실 입어보고는 싶었는데 아버님 어머님 앞에서는 차마.."

"그래두 결국 합의 봤잖아. 폐백 때는 자기가 치마입고 받는 걸로."

"ㅎㅎ 재밌었지, 사회 봐 준 녀석이 장난치는 것저럼 진행해줘서 친척분들도 그냥 재미있게 웃어 넘기시고"

"아.. 자기 그 때 진짜 이뻤는데.."

"응, 자기두.."

"이쁘기만 한게 아니라 섹시하기도 하고.."

"..어..어. 자기야. 우리 얼른 가야 되잖아 조금 있음 차막혀."

"ㅎㅎ. 으휴. 부끄러워 하기는.. 기대해 내가 인터넷에서 산거 있는데 아마 금요일쯤이면   도착할 거야. 후훗.. 요즘 자기가 통 만족을 못하는거 같아서 이번엔 좀 큰 걸로 주문했어."

"..어... 어?! 뭔데?"

"어우.. 우리자기 내가 처음 공주님으로 만들어 줬을 때 박히면서 막 여보 여보 하던거 진짜 섹시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기필코 자기 입에서 서방님 소리 나오게 만들어 줄테니까.
기대해요~ 알았죠? 우리 자 기?! 후훗~"

어이쿠. 아내가 주문했다는 물건이 특제 스트랩온 딜도쯤 되는 모양이었다. 짖궂은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피는 아내. 아내가 허리춤에 고무자지를 차고 날 유혹할 때도 꼭 저런 표정이다.

난 흥분감과 기대감을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표정을 숨겨 본다. 별로 내키지 않는 듯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시동을 걸려는데 아내의 손이 안전벨트 사이를 지나 바지춤 위로 미끌어져 들어온다.

이런..
아무리 생각해봐도 흥분한거 티 안내기 게임은 남자한테 너무 불리한 게임인것 같다.

댓글 4개:

  1. 긍정긍정. 남자한텐 불리한 게임. 너무 솔직한 녀석이 붙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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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끔 저랑 취향도 조금 다른거 같기도 한 그 녀석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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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런 와이프 있었음 소원이 없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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