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7일 월요일

a Bad Day to Cheating on Her.


'말씀 드렸던 영상증거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다만...'

여자는 더 읽을 필요도 없다는 듯 스크롤을 내리고 첨부파일을 열었다. 멀리서 당겨 찍은 듯 낮은 화소로 촬영된 영상. 호텔방으로 보이는 화면 안엔 세 사람이 있었다.

'..이 변태새끼가 정말!'

여자의 양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하지만 분노로 일그러졌던 그녀의 인상은 조금씩 의아함으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누구야 이 년은?'

침대 위에서 한창 열락에 젖어있는 화면 속 여자는 그간 의심해왔던 남편의 비서년이 아니었다. 여자의 뒤에서 신나게 허리를 쳐올리는 남자도 체격부터가 호리호리한 남편과는 확연히 달랐고,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자위를 하고 있는 뒤의 인물도 중년의 사내도 그녀의 남편이 아니었다.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화면을 줄이고 한마디 쏘아 붙이려는데 메일의 나머지 부분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남편분께서 비밀리에 만난 사람은 말씀하신 여성분이 아니었습니다. 젊은 남자였습니다. 그리고 호텔 앞에서는 어떤 노신사를..'

작게 줄어든 영상을 다시 키웠다. 그래, 확실히 그 비서년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여자치고는 각진턱과 밋밋한 가슴하며 반대편 볼의 저 점..!

'호오~. 이것봐라?!'

여자는 한껏 흥미로운 표정으로 다리를 꼰채 영상을 지켜봤다.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애초엔 남편이 다른 여자랑 바람피는 증거를 잡아 철저하게 밟아 줄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회장인 아버지의 강권으로 결혼한 사이라 남편에게 큰 애정은 없었지만 배신을 당한다는건 애정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에게 이런 비밀스런 취미가 있을 줄이야? 그녀에게 바람핀 남편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만, 섹스를 밝히는 발칙한 여자친구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나른하게 달뜬 표정이 뒤로 기댄 여자의 얼굴에 떠올랐다. 회사의 중역을 맡고 남편과 결혼한 뒤로는 영 잊고 살아 온 오싹오싹한 기분이 온 몸에 번져나갔다.

계획은 변경되었다.
망가뜨린다는 건 변하지 않았지만,
남자가 아니라 여자를 망가뜨리는 일은 훨씬 더 섬세하고.. 짜릿하고... 황홀한..

'하아아아...'

화면 속 모습 그대로 여장을 한 채 매질에 신음하는 남편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뜨거운 열기가 몸 속에 차올라 날뛰고 있었다. 여자는 블라우스 위로 젖가슴을 쥐어짜듯 어루만지다가 손을 멈추고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2시간쯤 후에 그이한테 연락해요. 내가 중요한 할 말이 있으니 보자고 했다고. 아니, 집은 아니고 전에 내가 자주가던 클럽. 주소는.. '

고즈넉한 전등의 불빛만이 은은하게 비추는 집무실 안. 전화기를 내려놓는 그녀의 얼굴에 요사스러운 미소가 번져 나갔다.

댓글 6개:

  1. 남편한테는 불륜현장이 발각되는 쪽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아내에게도 그렇구요. 결국 모두가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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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뭐 모를 일이죠 ㅎㅎ 남편(이었던 사람)의 취향이 그쪽이면 기뻐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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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남편에게 좋은 일일지 나쁜 일일지.. 여장도 본인이 원해서 해야 재미있는 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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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리하시네요. ㅎㅎ 남편이 무슨사연으로 저러고 있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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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히려 여장을 계기로 아내가 남편 괴롭히면서 묘한 애정이 싹틀지도요..희망사항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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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게 좋은거라고 저도 서로 좋은쪽으로 잘 풀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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